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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진중권·김어준은 어떻게 공론장 휘저었나

등록 2021-04-09 04:59수정 2021-04-09 10:53

주목경제 시대 ‘선 넘고’ ‘사이다’ 뿌리며 ‘팩폭’하는 프로보커터 분석
정치불신은 극우의 자양분…혐오언어 막고 도덕적 헤게모니 사수해야
스프레드팀_진중권 김어준. 그래픽_고윤결
스프레드팀_진중권 김어준. 그래픽_고윤결

프로보커터: 주목경제 시대의 문화정치와 관종 멘털리티 연구
김내훈 지음/서해문집·1만5000원

관종, 어그로꾼, 인터넷 트롤, 사이버 렉카.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종횡무진으로 떠들썩하게 휘젓고 다니는 이들을 이르는 말이다. ‘좋아요’와 ‘구독자’가 ‘돈’인 시대에 관심 끌기 경쟁은 치열하게 벌어진다. 문제는 이들이 활약할수록 공론장이 오염된다는 것. 이런 현상을 분석하고 진단하는 <프로보커터>(provocateur)는 제목부터 이들을 지목한다. 도발하는(provoke) 사람이라는 뜻으로, 오늘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눈길을 끌어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이들을 가리킨다.

프로보커터가 창궐하는 현상은 ‘주목경제’로 설명된다. 상품의 가치는 쓸모와 기능, 내구성 등으로 측정됐으나 이제는 상품이 품은 기호가 더욱 중요해졌으며, 이런 기호의 경제와 정보시대가 맞물리며 주목과 관심이 곧바로 돈이 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됐다. 그러니 관심 끌기 경쟁은 ‘선을 넘고’, ‘사이다’를 끼얹고, ‘팩트 폭력’을 구사하는 일로 귀결된다. 여기에서 금기에 대한 도전, 통념에 대한 저항이라는 긍정적 의미는 탈색되고 마케팅 전술, 더 나아가 극우와 과격파의 정치 전략으로 활용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징후다. 특히 정치 불신이 커져가는 상황이라면 “명쾌한 입장과 또렷한 전선, 절대 악을 상정한 선동과 도발”은 영향력이 더욱 막대해진다.

왼쪽부터 진중권, 김어준, 서민. &lt;한겨레&gt; 자료사진
왼쪽부터 진중권, 김어준, 서민. <한겨레> 자료사진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자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부분은, 프로보커터의 사례를 분석하는 후반부다. 대표적으로 진중권과 김어준 등에 대한 해석은 통렬하다. 이에 앞서 지은이는 프로보커터 유형 분류에 나서는데 싸움꾼형, 음모론형, 이 두 유형을 종합하며 가장 나쁜 의미의 ‘관종’이 결합한 삼위일체형이 그것이다. 쉽게 눈치챌 수 있는데, 싸움꾼형은 진중권, 음모론형은 김어준이다.

“‘싸가지 없는’ 발언으로 상대를 도발하고 이에 격동한 상대를 ‘적’으로 설정하고 이를 통해 ‘우리 편’ 추종자를 확보한다.” 진중권이다. 지은이는 그를 ‘프로보커터들의 프로보커터’로 규정한다. “처음부터 정치적 반대자를 공격하기보다는 여론의 형세를 살피다가 영합하는 손쉬운 먹잇감 찾기”,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만한 인물을 타깃으로, 그의 기분이 최대한 나빠지도록 모욕적 언사를 던지는 데 주력”, “조롱조의 깐죽대는 어투와 제스처”….

김어준은 ‘가장 성공한 프로보커터’다. 저잣거리의 말투와 언어로 ‘무학의 통찰’ ‘공정한 편파’로 포장한 음모론자-예언가형 프로보커터다. “도발을 위한 도발로서의 음모론, 정교함이 불필요한 음모론”, “타깃에 대한 터무니없되 센세이셔널한 주장을 큰 목소리와 과장된 제스처로”, “위험을 무릅쓰고 밝히려는 듯한 비장미”, “무겁게 다뤄져야 할 논의를 농담처럼 툭툭 던지면서 거증책임은 피하되, 공론장에 논쟁과 소란을 일으키는 것.” 김어준이 설파한 개표조작설과 세월호 고의 침몰설 등을 떠올려보라.

‘게으른, 혹은 무능한 프로보커터’ 서민이나 ‘태극기 코인과 반페미 코인의 혼종’인 ‘우파 번들’로 소개되는 강용석, 윤서인 등에 대한 분석도 흥미진진한데, 저자의 문제의식은 심각하다. “미국처럼 민주·진보 진영이 도덕적 헤게모니를 상실”하면 극우 프로보커터에게 “먹잇감을 던져주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며, “혐오의 언어가 일상 언어와 뒤섞이는 순간 프로보커터는 언제든 득세하여 한국 사회의 담론 전반을 주도하고 어지럽힐 것이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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