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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시골 학교의 풍경, 다정한 시가 되었다

등록 2021-04-09 05:00수정 2021-04-09 09:50

지금이 딱이야
최은숙 지음/창비교육·8500원

시는 시인이 머무는 자리에서 태어나고 자란다. 29년간 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쳐온 최은숙 시인이 시골 학교에서 학생들과 지낸 시간을 담은 첫 청소년시집 <지금이 딱이야>를 펴냈다. “나의 생활에 들어와 시가 되어 준 착한 아이들과 이웃들”(‘시인의 말’)의 이야기를 다정한 시어로 들려준다.

시집에는 격의 없이 지내는 선생님과 학생들의 교실 풍경이 그려진다. 학생들이 “십 분만 재워 주세요”라고 하면 선생님은 “교과서를 덮”고 쉬는 시간을 준다.(‘비밀’) 모르는 것이 있으면 모른다고 말하는 선생님은 솔직하고 젠체하지 않는다. 그런 선생님이 “우리한테 딱”이라고 말하는 학생들. 그들은 ‘교환 일기’를 쓰며 “느릿느릿 사귀는/ 고양이랑 민들레처럼”(‘말 안 해도 돼’) 가까워진다.

배움은 일방통행이 아니다. 때론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인생의 가르침을 얻는다. “장래 희망이 그냥 나”인 학생은 선생님에게 진정한 ‘나’로 살아갈 수 있도록 용기를 준다. “뭐 되려고 애쓰지 않겠다,/ 언제나 그냥 나로 살겠다,/ 어떻게 저렇게 멋있을 수 있나/ 이제라도 그냥 너로 살아라,/ 녀석이 지금 나한테 그러는 거 맞지요?”(‘그냥 나’)
최은숙 시인. 창비교육 제공
최은숙 시인. 창비교육 제공

시골 마을의 정겨운 풍경도 시에 담겨 있다. “배 봉지 싸는 날/ 수육이랑 상추쌈 푸짐한 밥상 앞에 앉은 이웃들”(‘하느님의 작은 마을’)이 사는 마을에는 나눔의 잔치가 자주 열린다. 어느 날엔 “지수 엄마가 만두를 오백 개나 빚”고 “솜씨 좋은 문녕이 엄마가” 도와주고(‘우리 모두 파이팅!’), 또 다른 날엔 “학교 앞 솔로몬문방구랑 스마일분식, 독립상회” 주인들이 “전교생이 실컷 먹을 수 있”는 정도로 많은 떡을 돌린다.(‘알고 보니’)

시 60편을 묶은 시집을 넘기다 보면, ‘시인 선생님’이 있는 ‘함께 사는 세상’이 마음에 그려진다. 코로나19로 인한 단절과 고립의 시간 속에서 잃어버린 연결과 상생의 언어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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