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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차별과 억압 걷어내고, 그늘 없는 곳으로

등록 2021-04-09 05:00수정 2021-04-09 09:53

사소한 그늘
이혜경 지음/민음사·1만4000원

이혜경의 장편 <사소한 그늘>을 ‘한국판 <작은 아씨들>’이라 해도 될까. 자매들의 우애와 질시, 경쟁과 성장을 그렸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작은 아씨들>과 통하는 바가 있다. 그런가 하면 이 소설은 또 같은 작가의 1995년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길 위의 집>을 떠오르게도 한다. 폭력적 가부장의 전형과도 같은 아버지와 그 아버지를 닮은 아들을 등장시켜 ‘전통적’ 가족관의 균열과 붕괴를 그렸던 것이 <길 위의 집>이었다. <사소한 그늘>의 아버지 역시 아내와 자식들에게 수시로 폭력을 휘두르고, 자매들은 아버지의 폭압에 순응하거나 저항하면서 성장한다.

세 자매 가운데 막내인 지선이 이혼하겠다는 뜻을 큰언니 경선에게 전화로 알리는 장면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지선이 사용하는 전화기가 검은 몸통에 0에서 9까지 숫자가 적힌 다이얼을 돌리는 구식이라는 사실은 이 작품의 시대 배경을 알게 한다. 세 자매 가운데 유일하게 대학에 진학했고 남들이 선망하는 의사와 결혼한 지선이 이혼을 결심하기까지 도대체 어떤 일들이 있었던 걸까. 머리가 좋고 의지가 충만했으며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었음에도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대학에 가지 못한 경선, 가난하지만 무능한 남편과 금슬 좋게 살아가는 영선 그리고 사랑 없는 결혼 생활에 나날이 시들어 가는 지선….

소설은 주로 세 자매의 시점을 오가며 지난 시절 여성들을 옥죄었던 차별과 억압을 까발린다. “크든 작든 저마다 나름대로 해여서, 서로에게 그늘을 드리우지 않는 곳으로. 이미 깃든 그늘을 걷어 내며” 가겠노라는 지선의 다짐에 소설의 주제가 담겨 있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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