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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파란 바지 의인’이 살아가는 세월호의 오늘

등록 2021-04-16 04:59수정 2021-04-16 10:20

홀: 어느 세월호 생존자 이야기
김홍모 지음/창비·1만7000원

7년이 지났어도 세월호는 사람들의 기억의 바다에 선명한 이미지로 남아 있다. 배가 가라앉는 모습을 티브이로 본 이들에게도 무지근한 통증을 전하는데 참사의 생존자들에겐 이날이 평생 어떻게 기억될까. 용산참사, 제주 4·3 등을 다뤄온 만화가 김홍모는 <홀: 어느 세월호 생존자 이야기>에 ‘파란 바지 의인’이라 불리는 김동수씨의 증언을 기반으로 세월호 생존자가 겪은 그날과 그 이후의 삶을 그려냈다.

제주 화물차 기사인 ‘민용’은 인천항에서 제주행 세월호를 탔다가 참사를 당한다. 승객들에게 ‘기다리라’는 방송을 하고선 선장과 선원들이 빠져나가던 때, ‘도와달라’는 말을 듣고 소방호스를 던져 구조에 나선 민용은 ‘전쟁터 같은 홀’을 맞닥뜨린다. “배가 기울어지면서 중앙 홀로 가는 길은 낭떠러지가 되었다.” 탑승자들이 겪었을 막막한 상황은 만화로 구성된 장면을 통해 직관적으로 체감된다. 배가 90도 가까이 기울어지는데도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던 민용은 세월호 안을 뛰어다니던 순간의 일부분을 기억하지 못한다. “나는 거기서 무엇을 봤을까.” 까맣게 채워진 칸과 그의 자문 앞에 망연해진다.

사람들을 구조하는 데 힘을 다 쏟고도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 그의 삶을 송두리째 흔든다. 배 안에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고, 국가가 구조하지 않았다고 외치는 그의 말이 덧없이 흩어지자 그는 분노했고 죄책감에 괴로워한다. 단원고 학생들과 같은 또래의 딸을 둔 그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으며 가족들이 감당하게 된 일상은 또 다른 현재진행형의 참사다. 국가가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결과를 개인이 떠맡은 무참한 폭력을 책은 목도하게 하며, 바닥을 가늠할 수 없는 깊고 어두운 구멍을 가슴 한가운데 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발밑을 비춘다.

지은이는 이 책이 김동수씨와 가족의 증언을 토대로 했지만 여전히 트라우마로 고통받고 있는 생존피해자 모두의 이야기라며 ‘세월호 진상규명을 바라는 모든 시민의 무기가 되고 세월호 유가족, 생존자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연대의 끈이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현재에도 2014년 4월16일 진도의 바다로 끌려들어가는 이들의 손을 단단히 붙잡는 것은 그들이 잃어버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몫임을 책은 잊지 않도록 해준다. 4·16재단 공모 ‘모두의 왼손’ 대상 수상작으로, 수익금이 기부되는 북펀딩에 시민 1천여명이 힘을 보탰다.

강경은 기자 free192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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