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플레이 프로젝트
이브 로드스키 지음, 김정희 옮김/메이븐·1만6000원
미국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하고 뉴욕에서 변호사로 성공적인 삶을 살던 이브 로드스키. 사랑하는 남자를 남편으로 만드는 것까지는 좋았다. 부부는 어우러져 행복했고 직장생활은 보람찼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만. 일과 육아의 무한궤도에 빠져들면서,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며 ‘나는 절대 저렇게 살지 않겠다’던 다짐마저 무너졌다. 로드스키는 이혼 말고 답이 없는 걸까, 고민하다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 책 제목이기도 한 ‘페어플레이 프로젝트’다.
전 세계 수많은 여성들이 불공정한 가사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로드스키가 우선 한 일은 “집안에 새로운 균형을 찾기 위한 시스템 연구”였다. 이를 위한 시작은 ‘내가 하는 일’ 목록 작성. “식료품과 전구, 세탁세제를 사기 위해 마트로 달려가는 것부터 화장실에 화장지가 최소 한 개는 남아 있는지 확인하는 일까지” 로드스키는 자신이 하는 모든 일을 적어내려갔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부터 그 일을 명명하는 것까지. 목록 만들기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동병상련 처지인 질, 에이미, 샬럿, 수지의 도움을 받아야 할 정도였으니.
완성된 목록을 남편에게 이메일로 보냈다. 로드스키는 기대했다. 남편이 최소한 “와, 당신 정말 일 많이 하네. 내가 어떻게 도와줄까?” 정도로는 반응하리라고. 그러나 ‘손으로 눈을 가린 원숭이 이모티콘’이 날아왔을 뿐이다. 이때 깨닫는다. “남편과 가사 노동의 균형을 제대로 잡고 싶다면, 그 모든 일을 우선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아야 한다는 것을.” 로드스키는 “내가 하루 평균 80개 이상의 임무를 맡아 재주를 부리는 동안 남편이 알아서 하는 일은 과연 몇 개나 되는지 따져 봤다.” “세상에, 돈 관리와 자동차, 놀이 딱 3개였다.”
‘망가진 내 인생을 구하기 위해’ 로드스키는 페어플레이 프로젝트를 위한 4가지 규칙을 설정했다. 시간은 모두에게 평등하며, 누구나 재미있게 살 권리가 있고, 지금 서 있는 그 자리에서 시작해야 하며, 당신 가족만의 중요한 가치와 기준을 먼저 세워야 한다는 4가지. 다음은 구체적인 실행계획. 카드 100장을 준비하고 가정 생태계를 집안일과 집 밖에서 하는 일, 돌봄, 마법, 불모지의 다섯가지로 구분하여 카드에 적는다. 마법은 어른들의 우정이나 아이들에게 사랑의 표현 하기, 휴일 보내기 등 흔히 ‘감정 노동’으로 분류될 만한 것들이다. 불모지는 갑자기 생긴 일, 집 수리, 실직, 심각한 질병 등 일상적이지 않은 일의 범주이다.
이제 쉽지 않은 카드놀이를 시작한다. 기본 규칙에 합의하고, 카드를 선별하고, 카드를 거래하고, 다시 점검하고 재협상하고 유지하는 지난한 일들이 남는다. 이 책은 프로젝트 참가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까지 제시하며 프로젝트 참가자들의 성공을 돕는다. 로드스키 가족은 해피 엔딩에 도착한다. “숱한 시행착오를 거치고, 정기적으로 대화를 하고, 의도를 가지고 카드를 협상하면서 수없이 카드를 재거래한 끝에 이제 남편과 나는 공정하게 게임을 하고 있다. 옆에서 우리를 지켜본 아이들은 (…) 집안일은 분담해야 (…) 마땅하다는 것을 배우는 중이다. 우리 모두가 윈-윈-윈이다” 거저 만들어진 프로젝트가 아니다. 로드스키는 커플 500쌍을 인터뷰하고 여러 연구자료를 분석하고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았다고 한다.
김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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