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10인 10색 이야기로 ‘내 사랑 강릉’ 소개합니다”

등록 2021-04-22 18:43수정 2021-04-23 02:33

[짬] 강릉 토박이 유선기씨

최근 책 <강릉이래요>를 기획하고 펴낸 유선기씨. 사진 유선기씨 제공
최근 책 <강릉이래요>를 기획하고 펴낸 유선기씨. 사진 유선기씨 제공

“10인10색 이야기로 강릉을 소개합니다.”

타고 넘기 어려운 대관령(832m)을 관문으로 둔 탓에 강릉은 강릉단오제(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와 합동세배 등 독특한 문화를 보유하고 있다. 고뱅이(무릎), 수구레(숙여라), 쎄라(씻어라) 등 옛말의 흔적인 강릉사투리가 고스란히 남아있어 ‘언어의 보물섬’으로도 불린다. 하지만 최근에는 케이티엑스(KTX) 개통으로 서울에서 2시간이면 닿을 수 있어 ‘핫’한 곳으로 떠올랐다.

최근 출간된 <강릉이래요>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 강릉에서 한평생을 산 사람, 외지에서 들어와 새롭게 터를 잡은 사람, 수십 년 만에 귀향해 다시 고향을 느끼는 사람, 직장 인사발령으로 잠시 머물게 된 사람 등 10명이 저마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느낀 강릉의 모습을 담고 있다. 책을 기획하고 펴낸 유선기(52)씨를 20일 전화로 만났다.

책 제목의 의미를 묻자 유씨는 “‘강릉이래요’에는 ‘강릉입니다’라는 의미와 함께 ‘강릉 이렇습니다’라는 중의적 의미가 있다. 독자가 강릉시민이라면 친숙한 입가의 미소로 화답해주고, 강릉을 방문하는 분이라면 저자들의 따뜻한 일상과 지역사랑이 행간으로 읽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설명하는 내용만큼이나 독특한 억양과 엑센트가 귀에 들어왔다. ‘강’을 강하게 발음하면서도 ‘강릉’을 말한 뒤 짧게 한번 쉬고 ‘이래요’에 더 강세를 주는 말투에 어쩐지 웃음이 난다. 유선기씨는 “외지로 나가 나를 소개하는 기회가 오면 항상 ‘강릉이래요’라는 말로 말머리를 시작한다. 그 말을 듣고 모두가 웃는다. 그리고 좋은 곳에 산다는 말이 꼭 덧붙는다. 잠깐이지만 나는 강릉사람이라는 이유로 그 자리에서 주목받는 위치에 서게 된다”고 말했다.

유씨는 2008년 강릉단오제 강릉사투리대회와 전국문화유산관광해설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강릉토박이이자 강릉문화관광해설사다. 한평생 강릉을 벗어난 적이 없다고 했다.

‘강릉 깊이읽기’ 수강생 9명과
최근 강릉 이야기 담은 책 내
CEO 하다 이장 변신한 권우태씨
7년 전 이사온 최영묵 교수 등
“‘강릉이래요’ 하면 늘 주목받죠”

사투리 대회 대상 수상 경력도

&lt;강릉이래요&gt; 표지.
<강릉이래요> 표지.

이 책은 2019년 봄학기 강릉원주대 평생교육원에서 유씨가 진행한 ‘강릉 깊이읽기’ 강좌 수강생 9명과 유씨가 강릉이라는 도시에 바친 고백편지다. 어색한 분위기도 잠시, 유씨와 ‘제자’들은 4개월 동안 강의실과 현장을 오가며 공부하고 답사 뒤풀이로 늦은 시간까지 어울리다 보니 ‘찰떡 케미’를 선보였다고 한다. 학기가 끝날 무렵 유씨가 수강생들에게 “저마다 강릉에 대해 글을 한번 써보자. 기회가 되면 책으로도 내보자”고 제안해 1년6개월 만에 의기투합한 결과물이 세상에 나왔다.

권우태 성균관유도회 강릉지부 왕산지회장은 ‘삽당령을 아시나요’라는 글에서 일제에 의해 훼손된 삽당령의 지명을 바로잡아 가는 과정을 소개했다. 권씨는 대기업 시이오(CEO) 출신으로 고향으로 내려와 마을 이장으로 변신해 강릉의 역사와 전통문화를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초보 농부의 왕산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최 교수는 7년 전쯤 아내 고향인 강릉으로 이사했다. 주중에는 서울에서 학생들과 지내고, 주말에는 강릉에서 밭농사와 글쓰기를 하며 살고 있다.

공정무역 카페를 운영하다 시의원으로 변신한 정광민씨의 ‘강릉 커피, 그리고 공정한 세상’에서는 투표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공정무역 유기농 커피를 무료로 나눠준 얘기, 지구의날 전등 대신 촛불을 켜고 카페를 운영한 사례 등이 소개됐다.

김은중 원불교 강릉교당 교무의 ‘백두대간 원울이재, 강릉사람들’은 낯선 부임지인 강릉에서 지역과 주민들을 알아가는 과정이 두려움에서 설렘과 애정으로 변하는 과정을 그렸다. ‘원울이재’는 대관령에 있는 고개로, 그 옛날 대관령을 오가던 고을 원님이 이곳에서 쉬면서 울었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다. 강릉부사로 발령받아 갈 때는 험준한 대관령길 때문에 울고, 떠날 때는 푹 빠져든 강릉의 풍속과 인정에서 벗어나기 싫어 울었다는 데서 유래한다.

이 밖에 김진숙 국립대관령치유의숲 센터장과 김난정 네트피아 실장, 김효정 동화작가, 엄기선 수협중앙회 강원본부장, 임재호 대한법률구조공단 팀장 등도 강릉과 관련한 애정이 듬뿍 담긴 글을 선보였다.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는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모든 인력과 자원이 서울로, 수도권으로 집중되면서 지방소멸까지 거론되는 시대다. 지방이 소멸하면 수도권인들도 온전할 수 없는 건 당연하다. 지역에서 새로운 미래의 가능성을 찾고자 애쓰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런 책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까닭”이라고 평했다.

유선기씨는 “10명이 어우러져 만든 이 책은 무지개와 닮았다. 무지개는 다양성의 수용이다. 어떤 소수자도 소외당하지 않는 미래의 강릉, 미래의 대한민국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어도어와 계약 해지한 뉴진스, 왜 소송은 안 한다 했을까 1.

어도어와 계약 해지한 뉴진스, 왜 소송은 안 한다 했을까

마산 앞바다에 비친 ‘각자도생 한국’ [.txt] 2.

마산 앞바다에 비친 ‘각자도생 한국’ [.txt]

‘정년이’ 큰일 했다…여성국극 연일 매진, 신작 제작도 활발 3.

‘정년이’ 큰일 했다…여성국극 연일 매진, 신작 제작도 활발

‘아버지’ 된 정우성 “아들 책임 끝까지…질책은 안고 가겠다” 4.

‘아버지’ 된 정우성 “아들 책임 끝까지…질책은 안고 가겠다”

허술한 기억과 뛰어난 예측력이 만나면 [.txt] 5.

허술한 기억과 뛰어난 예측력이 만나면 [.txt]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