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홍 지음/문학동네·1만3500원 201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홍의 첫 소설집 <우리가 당신을 찾아갈 것이다>에는 등단작 ‘어쨌든 하루하루’와 표제작을 포함해 여덟 단편이 묶였다. 김홍의 소설들은 거침이 없고 능청스럽다. 그는 현실에 있을 수 없는 일을 시침 뚝 떼고 소설 속 상황으로 설정해 놓고 그에 관해 아무런 해명이나 주저도 없이 이야기를 밀고 나간다. 독자는 처음에는 의아해하다가도 이내 경계심을 풀고 작가가 창조해 놓은 세계 속에 몸을 담그게 된다. 그것이 어처구니없는 헛웃음일지언정, 웃음을 통해 현실의 무게와 간섭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게 해주는 것이 김홍 소설의 미덕이라 할 수 있다. 표제작 ‘우리가 당신을 찾아갈 것이다’에서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해수를 돌봐준 동네 아저씨 크리스는 폐암으로 죽기 직전, 트럼펫 연주자로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싶다는 유언을 남긴다. 문제는 그가 단 한 번도 트럼펫을 연주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소설은 “아무도 아닌 사람. 그냥 집에 있던 사람. (…) 그저 그런 사람”이었던 크리스 아저씨의 유언을 집행하려는 해수의 엉뚱하면서도 눈물겨운 노력을 그린다. 미국 ‘연방 트럼펫 주자 관리 위원회’ 요원이 등장해 해수를 위협하는 일도 있었지만, 결국 해수는 크리스 아저씨를 트럼펫 연주자로 데이터베이스에 올리는 데 성공한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따라 온 독자는 해수의 거짓말을 질책하는 대신 그의 우정과 신의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 소설 말미에서 해수는 “쓸데없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모든 걸 거는 사람”이라 표현되는데, 그런 점에서 해수는 김홍 소설의 전형적인 인물에 해당한다.

소설가 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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