훙호펑 지음, 하남석 옮김/글항아리·1만8000원 ‘중국식 발전모델’은 과연 존재하는가? 중국 엘리트와 일부 좌파 지식인들이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에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대안적 비전을 덧씌우는 반면, 일부 우파 지식인들은 이를 자본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이곤 한다. 홍콩 출신 사회학자 훙호펑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2016년작 <차이나 붐>에서 이런 환상과 편견들을 걷어내고 ‘차이나 붐’의 실체를 냉정하게 해부했다. 결론부터 보자면 “중국은 미국의 세계 지배에 도전하지 않았고, 오히려 미국의 지구적 지배의 영속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중국의 자본주의적 호황이 이전 마오쩌둥 시기와의 단절이라 보는 기존 인식과 달리, 연속성을 짚어낸 지점이 흥미롭다. 19세기까지 잉여 자원의 중앙집중화에 성공하지 못한 중국은, 중화인민공화국 건설 이후 강력한 중앙집권적 당-국가 체제를 이룬 뒤에야 농촌의 잉여를 추출해 도시 지역의 급속한 산업화에 투입하는 ‘시초축적’에 나설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국유기업들과 인프라, 농촌의 잉여 노동력 등 마오쩌둥 시대의 유산은, 80년대 이후 글로벌 자본주의 체제의 산업 재배치와 맞물려 ‘수출 기계’가 된 중국의 자본주의적 호황을 가능케 한 동력이 됐다. 부유한 국가들의 과잉 소비에 대응하는 과잉 생산·투자 등 수출 의존, 국내에선 농촌을 쥐어짜내 만든 저임금 노동체제와 과소 소비가 중국 발전모델의 핵심이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국의 경제 성장은 철저히 미국 중심의 글로벌 자본주의 체제에 종속된다는 것이 지은이의 평가다. 예컨대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지정학적 자율성을 갖고 있다고 평가받지만, 실제로는 수출 주도 성장을 계속하기 위해 미국 재무부 채권을 가장 많이 매입하는 등 결과적으로 미국의 지정학적 지배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달러 헤게모니를 영속화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만들고 보장하는 세계 자유시장에 의존하고 있으며, 오히려 미국의 세계 지배를 영속화하는 핵심 동인”이라며, 지은이는 중국 대안론과 위협론 모두 근거 없는 환상이라 지적한다. 지은이는 “중국 자본주의의 불균형한 발전 구조를 바로잡기 위해선 수출과 투자를 줄이고, 국내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늘리는 등 근본적인 부와 소득의 재분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다만 현재 중국의 권위주의적 자본주의 국가 체제가, 이에 따른 경제 성장의 둔화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을 던진다. 만약 이런 이행을 달성한다면, “중국은 미국, 일본, 독일과 같은 주요 자본주의 강대국에 합류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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