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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옛날 옛적에’ 이야기엔 마법이 담겼어요

등록 2021-05-07 04:59수정 2021-05-07 11:52

병든 할머니 지키려 호랑이와 대결하는 소녀
2021 뉴베리상 “민담서 살려낸 마술적 리얼리즘”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

태 켈러 지음, 강나은 옮김/돌베개·1만3800원

한국계 여성 작가 태 켈러가 쓴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은 “옛날 옛날에”식 민담에서 가지를 뻗었다. 어릴 적 할머니로부터 귀신과 호랑이가 나오는 이야기를 듣곤 했다는 작가는 전래동화에서 상상력을 키워 쓴 이 책으로 미국 아동문학상인 ‘2021 뉴베리상’을 수상했다.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 주인공 릴리도 작가처럼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자란 소녀다. 릴리네 가족은 아픈 할머니를 돌보고자 캘리포니아에서 워싱턴으로 이사한다. 할머니 집으로 가는 길에 릴리는 호랑이를 발견한다. 뇌종양인 할머니는 호랑이 얘기에 안색이 어두워진다. 그러곤 릴리에게 어릴 적 이야기를 들려준다. 옛날이야기는 이렇다. 하늘성에 살던 공주가 외로워서 했던 이야기들이 밤하늘의 수많은 별이 되었다. 그 이야기 별 덕분에 밤이면 새카맣던 마을이 밝아진다. 산꼭대기에 살던 호랑이들은 이야기를 좋아해 그 별을 모은다. 이야기 중에는 나쁘거나 슬픈 것들도 있었다. 할머니는 안 좋은 이야기는 없애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호랑이의 이야기 유리단지를 훔쳐서 멀리 달아났다. 그런데 결국 호랑이가 할머니를 잡으러 왔다는 것이다.

릴리에게만 보이는 호랑이는 할머니가 훔쳐간 이야기를 돌려주면 할머니를 낫게 해주겠다고 제안한다. 하지만 릴리는 저승사자인지 구원자인지 알 수 없는 호랑이에 맞서 싸우기로 한다. 자신을 ‘투명인간’으로 여기고, 언니에게도 ‘조아여’(조용한 아시아 여자애)로 불리는 그였으나 호랑이 덫을 놓는 순간부터 ‘초능력 호랑이 소녀’가 된다. 호랑이와 밀고 당기기를 하면서 릴리는 깨닫는다. 혹시나 호랑이가 할머니에게 돌려받고자 하는 이야기가 자신은 들어보지 못한 슬프거나 고통스러운 할머니 가슴 속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호랑이와 마주하면서 가족과 자신에 대해 더 알게 된 릴리는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호랑이는 “이야기의 마법은 강력하다”고 했다. 아프고 슬픈 이야기도 어두운 밤을 밝히는 별처럼 그의 인생에 도움이 될 것이다. 가슴 속 이야기를 풀어낸 할머니가 홀가분해진 것처럼 말이다. 이 책에 뉴베리상을 안긴 미국어린이도서관협회는 “한국 민담에 생명을 불어넣은 마술적 리얼리즘의 걸작”이라고 평가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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