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개의 폭력: 학교폭력 피해와 그 흔적의 나날들
이은혜·황예솔·임지영·조희정·이모르·김효진 지음/글항아리·1만2000원
여기 <여섯 개의 폭력>이 있다. 같은 수의 아픔과 극복, 용기가 있다. 그리고 슬픔이 있다. 널리 퍼져 있으나 잘 보이지 않는, 자세히 보려 하지 않는 이야기들이다. 아이들이 어울려 배우며 자라나야 할 공간에서 벌어진 가해와 피해, 학교폭력이다. 폭력적 사회가 낳은 비극이다. ‘학폭’이란 말은 그 어감만큼이나 잔혹하고 강고한 고통으로 감각된다.
여섯 명의 지은이가 자신이 직접 경험한 학교폭력의 경험을 털어놨다. 자못 차분하고 조용한 어조로 기억을 더듬는데, 묵지근한 고통이 그 밑에서 진동한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 전의 일임에도 읽어내려가기 어려워 가슴 저린다. 그 시절 그 아이를 떠올리며 다시 써내려가는 일은 무척 고통스러운 일이었으리라. 읽는 이들이 그 고통을 함께 느껴보는 일은, 그 흔적을 더듬는 일은 소중하다. 장막을 걷어 빛을 들임으로써 어둠은 물러나는 법이다.
여섯 중 다섯은 고통을 극복하여 살아남았고, 나머지 한 명은 살아남지 못하여 살아남은 어머니가 고통스럽게 아들의 고통을 기록했다. 가해자들은 저마다 이유를 댄다. 성적이 좋아서, 수줍음이 많아서, 게임 아이템을 훔쳐서, 장애인의 동생이라서, 뚱뚱해서, 만만해서…. 그저 마음에 안 들었을 뿐일 텐데, 그렇게 폭력을 합리화한다. 교과서와 참고서를 빼앗아 찢고 성적표가 나오는 날엔 폭언과 발길질을 해대고, 화장실로 불러 몸을 밀치고 흔들며 위협하고, 욕하고 조롱하고 협박하고 때리면서 피해자를 몰아간다.
“제가 그동안 말을 못 했지만, (…) 제 친구들이라고 했는데 서○○하고 우○○이라는 애들이 매일 우리 집에 와서 절 괴롭혔어요. (…) 3월 중순에 ○○○라는 애가 같이 게임을 키우자고 했는데 협박을 하더라구요. (…) 매일 돈을 달라고 했어요. (…) 제가 일하면서 돈을 벌었어요. (…) 벌을 세웠어요. (…) 손을 봉쇄한 다음 무차별적으로 저를 구타했어요. (…) 팔에 불을 붙이려고 했어요. (…) 우리 가족들을 욕했어요. (…) 제 자신이 비통했어요.” 학교폭력 피해자 고 권승민군이 2011년 12월19일 적은 유서는 차분히 읽어내려가기 힘들다. “자살하자고 몇 번이나 결심을 했는데 그때마다 엄마, 아빠가 생각나서 저를 막았”다던 권군은 결국 2011년 12월20일, 14년의 짧은 삶을 멈춰세웠다.
폭력의 시작은 대개 비슷했다. 친구이자 단짝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아주 작은 약점을 잡아 옭아매고 집착하고 괴롭히기 시작한다. 극단적으로 흘러가게 되면 고문의 수준에 이른다. 피해자는 무너져간다. 살아남은 이들조차 트라우마에서 온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여섯 개의 폭력>은 더는 침묵하지 않고 말하겠다는 학교폭력 피해자들의 의지의 표현이다. 머리말을 쓴 은유 작가의 말마따나, “그들이 목소리를 낸 것은 고통을 전시하려는 게 아니라 고통으로 우리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어디선가 숨어서 울고 있을 많은 승민이들”, “오늘도 상처를 숨기고 등교하는 아이에게 네 잘못이 아니야”라며 토닥여주려는 ‘몸짓’이다. 그나마 세상은 조금이라도 바뀌어, 과거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유명인에 대한 비난이 빗발친다. 억울하다는 호소도, 사과도 뒤따른다. 어쨌든 학교 담장을 넘어 학교폭력이 관심받고 있다는 것은 진일보이다.
김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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