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남녀
김장성 글, 김유대 그림/이야기꽃·1만4500원
좋은 그림책이라고 여기게 만드는 조건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가운데 하나는 무심히 그림과 이야기를 따라갔을 뿐인데 마지막 장을 넘겼을 때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경우일 것이다. <별별남녀>는 그런 책이다.
별걸 다 나르는 남자 ‘별남’이 있다. 그리고 별걸 다 고치는 여자 ‘별녀’가 있다. 처음 별남은 갖가지 망가진 고물을 트럭에 실어 책 안으로 들어온다. 별녀는 각종 공구로 쓰레기를 말끔히 새것으로 고친다. 별남은 그 물건을 어딘가로 실어 나른다. 다음 가져오는 것은 버려진 물건들이다. 역시 반짝반짝 고쳐져 세상으로 돌려보내진다. 그 뒤로 망가진 악기가 온다. 아름다운 노래가 되어 돌아간다. 이번에 남자가 나르는 것은 탱크와 전투기, 군인 같은 무시무시한 것들이다. 여자는 전쟁 무기들을 농부와 경운기, 농기구로 고쳐서 내보낸다. 그다음에는 우리에 갇힌 코끼리, 작살에 찔린 돌고래, 죽어가는 나무들이다. 여자는 이런 것도 뚝딱 고쳐서 다시 생명을 불어넣는다.
끝으로 들어오는 것은? 빈 트럭이다. 이번에 망가진 것은 바로 별남이다. 별녀는 별남을 어떻게 고칠까? 요리조리 살피던 별녀가 내뱉은 진단은 “실은… 저도 수리가 필요했어요”다. 열심히 일한 두 사람은 자신이 지쳤음을 서로에게 내보임으로써 다시 세상을 바꾸어 나갈 힘을 얻는다.
의욕을 내세우며 가르치려 들지 않지만 별별남녀는 푸근하고 익살스러운 그림 속에 많은 것을 담았다. 지금은 싸우고 파괴하는 남성성보다 고치고 치유하는 여성성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기도 하고, 남자와 여자가 반목하기보단 서로 협력해야 세상을 더 좋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슬프고 어두운 것들을 바꾸고자 한다면 지치지 않게 쉬어갈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단 생각이 들기도 한다. 책을 읽는 아이들은 이런 것 말고도 저마다 다른 무언가를 얻어갈 수 있을 듯하다. 마지막 장 무수한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마주하면 이런 여러 생각들이 물밀 듯 들어온다.
권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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