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복지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민주화 이후 복지정치와 복지정책
김영순 지음/학고재·2만2000원
‘복지정치’를 주로 연구해온 김영순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의 새 책 <한국 복지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졌나?>는 한국 복지국가의 ‘저발전’을 주로 탐색해온 주류 이론들에서 벗어나, ‘저발전 속의 발전’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사회정책 연구자들은 낮은 노동조합 조직률, 취약한 좌파 정당, 비례대표제 선거제도의 부재, 조정시장경제의 부재 등 한국이 서구와 달리 복지국가를 발전시키지 못한 이유들에 주목해왔다. 그러나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 지출 규모(통계청)는 1990년 2.8%에서 2018년 11.8%로 커지는 등 민주화 이후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복지국가가 어느 정도 발전해온 것 또한 사실이다.
지은이는 각종 문헌뿐 아니라 이익단체 성명서, 언론 보도, 관련자 면담 등을 동원해 민주화 이후 중요한 복지제도의 도입 및 개혁 과정을 살피고, 이로부터 한국 복지정치의 성격을 규명하려 시도했다. 2000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도입, 1998년과 2007년의 국민연금 개혁, 노무현 정부로부터 박근혜 정부까지의 보육정책의 변화, 2008년 도입된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 2016년 서울시 ‘청년수당’ 도입 등이다. 특히 지은이는 행위자들의 행위가 어떤 관계를 맺는지 주목했는데, “서구 주류 이론들이 거울 이미지를 통해 한국 복지국가라는 동전의 한 면(전반적인 저발전)을 설명할 수 있다면, 다른 한 면(저발전 속의 발전)은 이런 행위자들의 상호작용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보면, 지은이는 민주화 이후 한국 복지정치에서 두드러진 권력자원 가운데 하나로 대통령의 영향력을 꼽는다. 기획예산처의 반대로 사장될 뻔했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울산 발언’으로 법 제정을 밀어붙인 데 힘입어 도입이 가능했다. 당시 시민운동 진영이 대통령 비서실 설득에 역량을 집중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영향력이 과거와의 연속성을 보여준다면, 시민운동 단체의 역할은 민주화 이후의 변화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민주화 초기에 매우 강력했던 시민운동은 시간이 지나면서 약화됐고, 이전과 달리 정당이 이익대표 및 정책형성 역량을 갖추어 영향력을 키웠다고 한다. 무엇보다 ‘작은 복지국가’로 나아갈 수 있었던 한국적 특수성은, 각 행위자들이 지닌 권력자원의 ‘크기’가 아니라 연합과 제휴 등 이들 사이의 ‘관계’에 있었다는 것이 지은이 분석의 핵심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지난 2016년 서울시가 `청년수당'에 대한 정부의 직권취소 조치에 항의하며 서울청사 외벽에 대형 현수막을 내건 것(왼쪽)에 이어 정부가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외벽에 정부 입장을 알리는 '맞불' 현수막을 게시한 모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