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기
존 그리빈·메리 그리빈 지음. 김웅서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9800원
존 그리빈·메리 그리빈 지음. 김웅서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9800원
“우리는 지금 빙하기에 살고 있다. 세상이 오늘날처럼 추웠던 적은 거의 없었다.” 대기오염이 일으키는 온실효과와 지구온난화를 우려하는 요즘, 우리가 빙하기에 살고 있다는 말은 좀 뜬금없이 들릴 법하다. 그렇지만 우주 역사 137억년을 아우르는 ‘천문학적 시간’이나 지구 역사 45억년을 담은 ‘지질학적 시간’ 규모를 생각하면, 지금이 빙하기라는 말은 결코 뜬금없는 얘기가 아니다. 6500만년 전 이전 무척이나 더웠던 공룡 시대로 되돌아간다면 지금은 너무도 추운 시절이다.
대중적 과학저술가로 이름난 존 그리빈과 메리 그리빈 부부가 함께 지은 <빙하기>(사이언스북스 펴냄)는 이처럼 지구온난화 시대가 잊고 있었던 지구의 겨울 이야기를 꺼내들어 ‘빙하기’가 지금의 지구 기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으론 19세기 스위스 과학자 아가시가 지구에 ‘빙하기’가 존재했다는 가설을 처음 주장한 이래 200년 가까이 이뤄진 빙하기 역사와 주기 연구의 발전사를 훑고 있고, 한편으론 빙하기와 지구 기후, 빙하기와 생물 진화 사이에 놓여 있는 긴밀한 상호영향을 다루고 있다.
200년 동안의 빙하기 연구성과와 탄소연대측정을 바탕으로, 지은이들은 지금처럼 남극과 북극 두 곳에 모두 만년빙이 존재했던 적은 지구 역사상 “아마도 유일무이할 것”이라고 말한다. 또 공룡 멸종 이후인 6000만년 전부터 지구 기후는 지속적으로 추운 겨울로 접어들었는데, 특히 남극대륙과 아메리카대륙의 이동 탓에 적도에서 극 지방으로 흘러가던 따뜻한 바닷물의 흐름이 방해받기 시작한 1000만년 또는 1300만년 전 남극에, 360만년 전 북극에 빙하 작용이 일어났다고 한다. 이런 연구를 통해 바닷물의 흐름이 지구 기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온 사실이 드러났다. 지금은 비교적 ‘따뜻한 빙하기’인 간빙기의 시대에 놓여 있다.
지은이들은 “우리는 빙하기의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같은 조상의 유인원이 인간·침팬지·고릴라 종으로 갈라진 시기는 지구 기후가 극적으로 바뀐 시기와 거의 정확히 일치하는데, 이런 사실은 빙하기와 간빙기가 일으킨 급격한 환경 변화에 유인원 집단이 서로 다르게 적응하는 과정에서 인류 조상 종이 출현하게 됐다는 얘기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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