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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381일간의 생태적 세계여행

등록 2006-02-02 19:30수정 2006-02-06 15:46

에코토이, 지구를 인터뷰하다<br>
리오넬 오귀스트 등 3인 지음. 고정아 옮김. 효형출판 펴냄. 9800원
에코토이, 지구를 인터뷰하다
리오넬 오귀스트 등 3인 지음. 고정아 옮김. 효형출판 펴냄. 9800원
지구는 지금 안녕한지
20대 청년 3명
22년된 자동차 몰고
여행으로 탐색하다
세 명의 청년이 1년 하고도 16일 동안 지구를 한바퀴 돌았다. 4륜구동차 ‘에코토이’와 함께. 그리고서 기나긴 여정에 펼쳐진 아슬아슬하고도 안타깝고, 때로는 감동을 일으키며 희망의 불씨를 지피는 이야기들을 묶어 <에코토이, 지구를 인터뷰하다>(효형출판 펴냄)을 내놓았다. 모험과 자연, 생태 그리고 사람이 있는 이야기들이다.

쉽게 떠난 여행은 아니었다. 프랑스 리용대학을 갓 졸업한 청년 리오넬 오귀스트, 올리비에 프뤼쇼, 토마 가이가 ‘가치 있는 세계여행’을 해보자며 뜻을 모았을 때에도 여행의 목적은 흐릿했다. 2년 가량 사전조사와 준비과정을 거친 뒤에야 이들의 여행 방식과 목적은 뚜렷해졌다. 방식은 해치지 않고 피해를 주지 않으며 자연을 발견하는 생태여행(에코투어)으로, 목적은 환경 위기로 몸살을 앓는 지구 곳곳에서 버티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장을 눈과 귀로 직접 보고 듣자는 거다. ‘지구는 지금 안녕한가’를 묻는 여행이다.

여행은 2001년 8월27일 대학 기숙사 주차장에서 22년 된 자동차 ‘에코토이’에 시동을 걸면서 시작됐고, 2002년 9월12일 프랑스 국경을 다시 건너 ‘원점’으로 돌아오며 마무리됐다. 그 사이에 아프리카 사막을 건너고, 아마존의 열대림을 헤치고, 라오스·베트남·중국을 거쳐 유목민의 나라 몽골, 그리고 겨울과 얼음의 나라 러시아를 지나는 기나긴 여정이 이어졌다.

세 청년은 곳곳에서 지구 환경과 에너지 문제에 매달리는 100여명의 전문가와 활동가들을 만났다. 그리고 거기엔 오염되는 아프리카 해안의 사람들, 극심한 물 부족을 겪는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사람들, 여전히 엄청난 속도로 파괴되는 아마존 숲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사람들, 개발 열풍으로 점점 도심 밖으로 쫓겨나는 중국 베이징의 사람들도 있었다. 또 세 청년은 필요한 만큼 소비하며 살 줄 아는 몽골 푸른 초원의 사람들을 만났고, 바람과 햇빛을 이용해 지속가능 에너지를 적절히 활용하며 사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보았으며, 국토개발보다는 환경보호를 선택한 덕분에 이젠 생태관광의 명소를 꾸밀 수 있었던 코스타리카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에게 가장 뚜렷하게 남은 기억은 아프리카 말리에 있는 농장 ‘테리야 부구’(우정의 집)다. 그리고 “재생 가능 에너지 사용의 선구자”로 불릴만한 베르스피렌 신부의 모습이다. 신부는 애초 선교 활동을 위해 아프리카에 파견됐지만 기아와 영양실조에 허덕이는 현지 사람들을 본 뒤 선교보다는 지역 발전에 발벗고 나섰다. 그가 찾은 희망은 재생에너지였다. 30년 전부터 대규모로 태양열판 축전지를 활용해 지금은 300만 제곱미터에 이르는 대지에서 얻은 1만5000와트의 전기로 물을 끌어올리고 논밭에 물을 대며 조명과 냉방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물과 생활을 태양에너지가 선사하고 있는 셈이다. “공짜로 얼마든지 쓸 수 있는 에너지원인 태양이 주위에 있는데, 어떻게 관심을 돌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 태양 에너지를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라는 신부의 말은 이 책에 중요한 영감을 주었다.

13개월의 생태여행을 마친 이들의 눈에 문명사회는 낯설다.

유럽에 다시 발을 디디며 처음 들른 슈퍼마켓에서 이들은 “여봐란 듯이 으스대는 부의 표시들, 다양한 진열품과 과도하게 포장된 물품의 홍수 속에서 충격을 받았다.” 풍요로움과 부속품, 낭비와 쓰레기는 우리가 익숙하게 지나치는 ‘소비사회’의 본모습이다. 낯선 만큼 이들이 실감하는 불안은 크다. “자연에 대한 인간 활동이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환경·생태 위기의) 문제는 심각해질 것이다. 너무 늦어버린 것은 아닐까?” 쓰레기 줄이기나 에너지 아끼기는 이들이 우리 모두에게 권하는 작지만 소중한 실천들이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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