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예순의 시인이 남긴, 따뜻한 그림자

등록 2006-02-02 19:57수정 2006-02-06 15:47

소장 평론가 15명이 묶은 <강은교의 시세계>
소장 평론가 15명이 묶은 <강은교의 시세계>
시인 강은교씨가 올해로 회갑을 맞았다. 1946년 1월 15일 함경남도 흥원에서 태어난 그는 생후 백일 만에 서울로 내려왔다. 연세대 영문과를 졸업하던 1968년 <사상계>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그의 시력도 어언 40년에 가까워 온다. 소장 평론가 15명이 쓴 글을 모은 <강은교의 시세계>(유성호 엮음, 천년의시학)는 시인의 회갑에 즈음해 그의 시적 성취를 점검하고 평가해 보자는 취지로 기획되었다.

“날이 저문다./바람에 갇혀/일평생이 낙과처럼 흔들린다./높은 지붕마다 남몰래/하늘의 넓은 시계소리를 걸어놓으며/광야에 쌓이는/아, 아름다운 모래의 여자들//부서지면서 우리는/가장 긴 그림자를 남겼다.”(<자전(自轉) 1>)

강은교씨의 시세계는 크게 세 시기로 나뉜다. 첫 시집 <허무집>(1971)으로 대표되는 초기의 허무주의, 70, 80년대의 현실참여적 태도, 90년대 이후의 여성적 생태주의의 세계가 그것이다. 그 자신 시인이기도 한 박찬일씨는 ‘소극적 허무주의에서 적극적 허무주의로’ 강은교 시의 방향 전환을 요약하기도 한다. 물론 이런 식의 구분은 기계적이고 도식적이라는 한계를 지니며, 개개의 시편들은 어느 하나의 경향이나 규정에 얽매이지 않고 어떤 근원적 동일성과 독자성을 아울러 지니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평론가 이성우씨는 강은교씨의 시시계를 ‘종합에의 의지’라는 표현으로 요약하고자 한다. 개인적 허무와 사회적 책무, 모더니즘의 기법과 리얼리즘의 세계관 같은 것이 서로 떨어진 채 대립하기보다는 경계를 넘나들며 모종의 종합으로 수렴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바슐라르적 이미지 비평에 기대어 강은교 시에서 물과 불이 어우러지며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양상에 주목한 글들도 있다(나희덕, 김경복, 이지엽 등). 저주를 구원으로 바꾼 바리데기 설화를 근거로 강은교 시의 여성주의적 함의를 끄집어낸 글들도 보인다(김혜련, 이혜원 등). 이러저러한 표면적 변모 속에서도 “생을 따뜻함으로 품고자 하는 사랑을 일관성 있게 간직하고 있”(엄경희)다는 평가는 강은교 시의 본질을 적시하고 있다 하겠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