ㅅㅅㅎ로 표현한 아리송한 ‘유아 사춘기’ 마음
창의적 발상에 넘길 때마다 발랄한 리듬감도
창의적 발상에 넘길 때마다 발랄한 리듬감도
김지영 글·그림/사계절·1만3000원 ‘초성 퀴즈’는 초성만 보고 실제 글자가 무엇인지 맞추는 놀이이다. ‘ㄷㄹㅁ’를 놓고 몸짓 설명을 통해 “다리미”를 맞추는 식 말이다. 텔레비전 퀴즈 프로그램 등에서 나오곤 했는데 요즘 청소년 사이에선 스마트폰 메시지 등을 통해 흔히 하는 표현 방법 가운데 하나인 모양이다. 굳이 모든 글을 쓰지 않고 “ㅇㅈㅇ?”(언제와?) “ㄱ ㄷㅊ”(곧 도착)하는 식이다. 얼마 전 한 언론인 선배는 초성만으로 딸과 카카오톡에서 의사소통되는 자신을 발견하고 “묘한 쾌감”을 느꼈다고 했다. 김지영 작가의 새 그림책 <내 마음 ㅅㅅㅎ>는 이런 초성 놀이를 모티브 삼은, 창의성이 돋보이는 그림책이다. 마음과 연결되는 ‘ㅅㅅㅎ’란 표현은 무엇이 있을까? 의외로 많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책은 ‘ㅅㅅㅎ’란 돋보기로 한 아이가 어느 날 발견하게 되는 낯선 감정들을 들여다본다. ‘갑자기 다 너무 시시해’, ‘뭘 해도 마음이 싱숭해’, ‘내 마음에 무슨 짓을 한 거지? 수상해’. ㅅㅅㅎ로 한 장 한 장 이어지는 이야기는 시를 읽는 듯한 운율감을 준다. 분홍과 남색 둘을 주된 색으로 삼아 일관된 발랄함을 유지하는 그림도 리듬감을 더한다. 그렇다고 책 한 권을 ㅅㅅㅎ로 채우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터다. 책은 단조로움에 부딪힐 즈음 ㅅㅅ을 살짝 돌린 ‘ㄱㄱㅎ’나 ‘ㄴㄴㅎ’, 글자를 더한 ‘ㅆㅆㅎ’로 초성 놀이를 변주하는 창의적 발상으로 읽는 재미를 효과적으로 이어간다. 지난해 제1회 사계절그림책상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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