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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구·안소영 외 지음/창비·1만3800원 “인생이란 것에 대해 외경심만을 갖고 있을 뿐이지 자세히 알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로는 50세쯤 되면 그래도 삶에 대해서 무엇인가를 좀 알 것만 같습니다.”(둘째 딸 안소영) “어른이 되면 인생을 좀 알지 않겠느냐고 하는데, 참으로 인생이란 알기 어려운 것 같다. 인생을 알고자 하는 과정이 바로 인생이라고, 아버지는 겨우 느낀다. (…) 현재 나는 기약 없는 영어 속에 살고 있지만, 이제까지 내가 걸어온 인생에 대해서 후회는 하지 않는다.”(아버지 안재구) <봄을 기다리는 날들>은 통일 운동가이자 ‘사형수가 된 수학자’로 널리 알려진 고 안재구 교수가 수감생활 10년 동안 가족들과 주고받은 편지들을 모은 책이다. 안재구 교수는 유신 독재에 맞섰던 이른바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 사건으로 1979년 10월 체포된 뒤, 1988년까지 옥고를 치렀다. 1심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으나, 세계 수학자들의 탄원으로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안재구 교수의 둘째 딸인 안소영 작가가 10년 동안 오갔던 총 640여 통의 편지 중 130여 통을 선별해 묶었다. 아버지와 어머니, 네 남매, 조부모까지 8명이 주고받은 편지들이다. 아버지와의 이별이 시작될 당시 네 남매는 두 명은 중학생, 두 명은 초등학생이었다. 남매들은 편지를 통해 가족들의 안부, 소소한 학교생활, 읽고 있는 책, 세상과 인생에 대한 사춘기다운 고민, 진로에 대한 의논까지 아버지와 다정한 대화를 나눈다. 한 가족의 애틋한 추억과 함께 엄혹했던 한국 현대사의 흐름도 엿볼 수 있는 서간집이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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