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성은 지음, 정은선 그림/킨더랜드·1만2000원 “윽, 안 본 눈 사고 싶다.” 요즘 자주 쓰이는 이 신조어는 알거나 보고 싶지 않은 내용 따위를 보게 됐을 때 그것을 보기 전의 상태로 돌아가고 싶다는 표현이다. 무언가를 보고 나서 마음이 불편해졌다는 의미다. 책 <안 본 눈 삽니다>의 주인공 초등학교 3학년 공원이도 “안 본 눈 사고 싶은” 순간을 자주 겪는다. 공원이는 남들보다 눈이 밝은 편이다. 친구가 코딱지를 뭉쳐 책상 아래에 발라놓는 모습이나 담임 선생님 양말 뒤꿈치가 다 해져서 구멍이 날 것 같은 것도 굳이 보고 싶지 않은데 잘 보인다. 남들보다 관찰력이 뛰어나다 보니 친구들은 공원이가 신기하다. “또 뭘 봤냐”며 친구들이 물을 때면 공원이는 자신이 대단한 능력을 갖췄구나 으쓱해진다. 재밌어서 솔직하게 본 대로 얘기하다 보니 부끄러운 모습을 들킨 친구들과 선생님은 당황하고 사실을 부인한다. 믿을 수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피구경기에서 판정시비가 붙었을 땐 본 대로 말해줬더니 친구들이 서로 왜 자기편을 들지 않았냐며 배신자로 몰아세우기도 했다. 친구들이 왜 본 것도 못 본 척하는지, 보고도 아는 척 안 하는지 그제서야 조금은 알 것 같다.이쯤 되니 공원이는 본 대로 말하는 걸 점차 주저하게 된다. 차라리 “안 본 눈 사고 싶다”며 자신의 남다른 능력을 숨기고 침묵하기로 결심한다. 그러던 어느 날, 사건이 터진다. 사라진 핸드폰 때문에 친구가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 것. 역시나 핸드폰이 사라지는 과정을 다 봤던 공원이는 친구의 누명을 벗겨준 뒤 결심한다. 진실이 필요한 순간에 본 대로 솔직하게 말하는 용기를 잃지 않겠다고. 공원이의 진짜 대단한 능력은 남들이 못 보는 걸 보는 것보다 본 것을 사실대로 말할 수 있는 용기일 것이다. 8살 이상.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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