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엄마 육아 일기>의 저자 오진영 작가는 마흔살에 여덟살 새아들을 만나 성인으로 키워내며 스스로 성장하는 경험을 했다고 털어놨다. 눌민 제공
새엄마 육아 일기: 여덟 살 아이가 마흔 살 내 앞에 나타났다
오진영 지음/눌민·1만4000원
“완전에 가까운 행복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교감을 통해서만 누릴 수 있다. 그것 말고 다른 행복은 없다고 나는 감히 단언하련다. 앞날에 뭐가 기다리고 있을지 몰라 불안하고 두려운 인생길에서 우리는 내가 아끼는 사람에게 내가 반드시 필요한 존재라는 믿음을 지팡이 삼아 한 발짝씩 내딛는다. 그 믿음이 살아갈 이유가 되고 동력이 되며 삶을 가치 있게 만든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교감, 내가 아끼는 사람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믿음이 살아갈 힘이라는 당연한 말이 강력한 느낌을 주는 것은, ‘가족’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에서 ‘가족’만큼 다의적 다층적 단어가 있을까. 안온하게 보호받는 테두리 정도의 통념을 넘어, 개별 사례로 들어가면 사실 부정적 언사투성이다. 족쇄, 억압, 통제, 속박은 기본이요 평생을 벗어나기 어려운, 고통스러운 트라우마도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그러나 혈연으로 이어진 가족의 개념을 넘어서면, 사랑하고 아끼며 필요한 사람이라는 관념은 굳이 핏줄과 태생으로 연결될 필요는 없다. 다양한 인간과 인간의, 더 나아가 인간을 넘어서까지 다채로운 만남으로 가족의 개념은 확장되어 가고 있다.
<새엄마 육아 일기>라는, 뻔한 이야기로 오해될 제목의 이 책에서는 가족이 재발견된다. 지은이는 마흔 살에 여덟 살짜리 남자아이를 아들로 받아들인다. 10년여 세월 동안 머나먼 나라에서 갖은 ‘실패’를 겪고 돌아온 여성이 자존감에 커다란 상처를 안은 채 ‘우연히’ 만나게 된 남자아이는 축복이었다! 재혼한 남편의 아이는 “사랑받고 싶어서 먼저 사랑을 주는” 아이였고 새엄마는 “어린 아들의 사랑을 받아 꽃봉오리처럼 마음을 열고 행복해졌다.”
‘육아 일기’는 중의적이다. 새아들을 기르며 새엄마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돌보고 성장한다. 지은이는 엄마를 갈구하던, 새엄마에게 잘 보이려 하는 아이를 통해 자신을 되돌아본다. 그런 자신을 통해 자신의 엄마까지 다시 살펴보며 생각한다. “대한항공 집안 여자들처럼 소리를 지르며” 우리를 키운, “우리를 키우는 일 때문에 한없이 불행한 사람이었”던 엄마, 그래서 결혼과 출산이라는 ‘불행’을 피하고자 했던 지은이는 아들을 만나 생각을 바꾼다.
“엄마를 미워하는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나의 소원을 이루어준 건 우리 아들이었다.” 재혼하지 않았다면, 아이를 만나지 못했다면 “아이를 품에 받아 안고 금이야 옥이야 키우는 내 사랑은 알고 보니 엄마가 나에게 베풀어준 끝 모를 사랑 덕분에 내 안에 만들어진 자산이었다는 사실을 끝내 몰랐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세상 모든 부모들에게, 아니 사람과 사람으로 맺어진 모든 사람들에게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나를 사랑하며 아껴 우리를 이루는 방법을 알려준다. 지은이가 아들을 만나 상처를 회복하고 자존감을 되살린 것처럼, 당신들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넌지시 이야기하며 위로한다. “내 손길, 내 관심, 내 애정에 한 인간의 생명이 달려 있었다. (…) 나 아니면 꼼짝없이 말라죽을 화초 같은 어린 생명에게 내 모든 사랑을 쏟아붓는 것이야말로 내게는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나한테 모든 것을 의지한 어린 존재를 사랑하면서 나한테 이렇게 좋은 면이 있다는 걸 발견하고 나를 사랑할 수 있어졌다.”
김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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