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대기를 찾습니다
이금이 글, 김정은 그림/사계절·1만1000원
책을 받아 들고 당연한 물음이 떠올랐다. 차대기가 뭐지? 그리고 마땅히 밟아야 할 다음 단계를 밟았다. 인터넷 검색하기. 가장 위에 뜨는 결과는 ‘자루의 전라도 사투리’란다. ‘자루를 왜 찾나’ 하며 펼쳐 든 책에서 발견한 것은 꿈도 걱정도 많은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차대기를 찾습니다>는 현재를 살아가는 어린이를 따뜻한 시선으로 관찰해 담은 장편동화다.
충격적인 뉴스를 소재로 주로 삼는 미디어 탓인지 ‘요즘 초등학교 고학년이 얼마나 살벌한 일을 벌이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드물지 않게 들린다. 하지만 이런 특수한 사례에 주목하다 보면 많은 아이들의 생활은 간과하기 쉽다. 이금이 작가가 펼쳐 놓는 차대기의 삶은 영화나 소설처럼 ‘극적’이진 않지만 옆에 붙어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웃음 짓게 만드는 힘이 있다. 요즘 대기의 가장 큰 관심사는 1학년 때 얻은 부끄러운 별명 ‘똥자루’를 새로운 반 친구, 특히 짝꿍 강윤서에게만은 들키지 않는 것이다. 실시간 검색어 1위가 된 개그맨 윤종현과 같은 이름의 반 친구 윤종현이 열심히 떠든 덕분에 대기 반 아이들은 같은 이름 유명 인사 검색하기로 떠들썩해졌다. 좋아, 똥자루를 누를 유명한 동명이인을 찾는다면 윤서에게 똥자루를 들킬 위험은 사라진다! 하지만 검색창이 내놓은 결과조차 ‘자루’다. 털썩.
하지만 대기의 이런 걱정은 윤서와의 특별한 인연 덕에 서서히 잊혀진다. 태권도 학원 끝나고 돌아오는 길 공원 모퉁이에서 새끼 고양이에게 음식을 챙겨주고 있는 윤서를 대기는 우연히 만난다. 윤서는 이미 두 마리의 길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노련한 고양이 집사다. 어렸을 때 고양이에게 할퀸 기억에 움찔하는 대기이지만 용기를 낸다. 그리고 점차 약한 고양이를 돌보는 데 진심이 된다. 둘의 노력은 대기에게 예상치 못하게 유명해질 기회를 선사하는데….
‘자신과 같은 이름을 가진 인물과 가상 인터뷰하기’라는 초등학교 숙제로부터 번뜩 ‘차대기’란 이름을 떠올리고 상큼한 이야기로 발전시킨 작가의 발상이 놀랍다. 초등 고학년.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