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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과로는 남 이야기라고 여기는 그대에게

등록 2021-06-04 04:59

과로의 섬: 죽도록 일하는 사회의 위험에 관하여

황이링·까오요우즈 지음, 장향미 옮김/나름북스·1만7000원

대만의 전직 국회의원 보좌관과 국회 담당 기자가 함께 쓴 <과로의 섬>에는 ‘죽도록 일하는 사회의 위험에 관하여’란 부제가 붙어 있다. 제목은 눈길을 끄나 내용은 함량이 떨어지는 여느 책과는 다르다.

이 책은 저자들이 취재한 과로사 사건을 다룬다. 하루 평균 16시간 일하다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엎드린 채 숨을 거둔 30살(이하 사고 당시 나이) 반도체 엔지니어, 야근이 일상이면서도 연장근로수당 한 푼 받지 못하다 당직 근무 중 뇌출혈로 사망한 29살 보안요원, 월 360시간을 일하다 수술방에서 쓰러져 중증 기억상실증을 앓으며 의사직도 포기한 38살 의사 등의 사연이 등장한다.

이 책은 잇단 과로사 사건을 마주한 대만 당국과 사회 반응을 따라간 추적기이기도 하다. 저자들이 장시간 노동을 부추기거나 합리화하는 주류 이데올로기를 공박하며 산재 인정을 끌어내고 근로시간 단축·근로기준법 적용 범위 확대와 같은 제도 개선까지 이뤄낸 과정이 생생하다.

등장인물 이름과 대만 기업명을 한국의 그것으로 바꾼 <과로의 반도>라 해도 어색하지 않다. 대만과 세계 1·2위를 다투는 장시간 노동의 나라 한국의 현실과 겹치는 대목이 많다. 과로사 유족이기도 한 옮긴이는 “과로사 사건들이 대만이 아닌 한국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도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고 적었다.

책에 삽입된 소논문도 인상 깊다. 청년 산재가 느는 데 대해 재계는 인내심이 부족하다는 뜻이 담긴 ‘딸기 세대’에 책임을 묻지만, 실은 취약한 노동환경이 특징인 서비스업종에 청년들이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대만중앙연구원 소속 연구자는 논증한다. 조금 전 앞을 지나간 배송 오토바이에 올라탄 헬멧 쓴 젊은이가 떠오른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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