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생전 떠나는 지옥 관광: 고전문학, 신화, 회화로 만나는 리얼 지옥 가이드
김태권 지음/한겨레출판·1만4800원
종교가 있든 없든 누구에게도 ‘지옥’이라는 데는 가고 싶지 않은 곳일 텐데, 굳이 ‘살아생전’에 ‘관광’을 한다니, 내키지 않는 단어들의 조합임에도 책 제목은 호기심을 불러온다.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불편한 미술관> 등을 집필해온 작가 김태권은 인류가 오랜 세월 동안 문학, 회화, 신화 등에 펼쳐온 ‘지옥’에 대한 상상들을 <살아생전 떠나는 지옥 관광>에 그러모았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단테의 <신곡>, 존 밀턴의 <실낙원> 등에서 글로 묘사된 지옥의 모습은 물론, 이들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시각화한 회화 작품들이 책에 담겼다. 작가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를 포함해 귀스타브 도레, 윌리엄 블레이크가 표현해낸 지옥의 풍경들은 이 여행에서 흥미를 돋우는 볼거리가 돼 준다.
지역과 시기, 종교 등에 따라 차이는 있어도 인류 역사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상상한 지옥에는 굳이 ‘헬조선’을 떠올리지 않아도 현실의 면면이 반영돼 있다. 지옥을 들여다봄으로써 인생을 좀 더 잘 살아가도록 마음을 가다듬게 되기도 하지만, 현재의 지위가 역전되기도 하는 세계이기도 하기에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간 이들에겐 하나의 해방구가 되지 않았을까.
‘사탄은 잘생겼을까?’ ‘지옥의 위치는 어디일까?’ ‘지옥 생활에도 끝이 있을까?’와 같은 질문들이 유연한 사고의 즐거움을 맛보게 해주는데, 코로나19 유행으로 멈춰 선 물리적 관광을 대신해 시공간 제약이 없는 ‘지옥 여행’이 색다른 재미를 줄 듯하다. 지옥행 관광 열차에 탑승해보길 권한다. 강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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