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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소중한 건 마음 속에 담을 수도 있어

등록 2021-06-04 05:00수정 2021-06-04 17:26

다른 나라로 이사가게 된 소녀 이야기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부문 대상 수상작

좋아하는 건 꼭 데려가야 해

세피데 새리히 글, 율리 푈크 그림, 남은주 옮김/북뱅크·1만4000원

만남과 헤어짐은 우리 인생에서 늘 일어나는 일이다. 소중한 사람, 정든 것들과 잘 헤어지는 법을 안다면 그 일이 반복될 때마다 느끼는 슬픔을 의연하게 흘려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림책 <좋아하는 건 꼭 데려가야 해>의 주인공 소녀는 다른 나라로 이사를 앞두고 있다. 부모님은 소녀에게 여행 가방을 주며 사랑하는 것만 담아서 가져가자고 한다. 정든 곳을 떠나 낯선 곳으로 이사라니. 이 가방에 사랑하는 걸 모두 담을 수는 있는 걸까.

소녀에겐 보물이 많다. 어항, 할아버지가 만들어주신 의자, 태어날 때 심어져 자신과 나이가 똑같은 배나무, 노란색 학교 버스와 노래를 잘하는 운전기사 아저씨도 이사할 곳으로 꼭 데려가고 싶다. 항상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는 단짝 친구도 빼놓을 수 없지. 문제는 가방에 이 모든 걸 담을 수 없다는 거다. 소녀는 엄마에게 “더 큰 가방으로 주시면 안 돼요?”라고 묻는다. 하지만 가방이 커진다고 모두 데려갈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북뱅크 제공
북뱅크 제공

슬픈 마음에 “이사를 안 가겠다”고 말한 소녀는 바다를 찾는다. 바다 역시 사랑하는 곳이다.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니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퍼뜩 좋은 생각이 난다. 바다는 어디든 있으니 소중한 것들을 바다에 띄워 보내면 되지 않을까. 소중한 것을 마음에 담는 방법을 알게 된 소녀는 새로운 곳에 정착해서도 더는 슬프지 않다.

그림책 <좋아하는 건 꼭 데려가야 해>는 이사를 앞둔 소녀가 사랑하는 것들과 헤어지는 슬픔을 받아들이고 극복해가는 이야기다. 코로나 사태로 지난해 사상 처음 온라인으로 열린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부문 대상으로 선정됐다. 이번에 출간된 한국어판엔 깜짝 선물이 담겼다. 글을 쓴 세피데 새리히와 그림을 그린 율리 푈크 작가의 인터뷰를 실으면서 특별한 사진을 덧붙였다. 푈크가 어릴 적 이사 가기 전 친구와 꼭 끌어안고 찍은 사진인데 그림책 속 한 장면으로 재현되기도 했다. 작가의 상실과 극복에 대한 경험이 새 출발을 앞둔 아이들에게도 용기를 주는 작품이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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