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절대 안 열리는 잼뚜껑
박설연 글, 오우성 그림/노란상상·1만3000원
어린 시절 떠올려 보면 동네나 학교 구석구석에서 심심찮게 난장이 벌어지곤 했다. ‘사자가 센지, 호랑이가 센지’라든가, ‘외계인은 있다, 없다’라든가, ‘2020년 자동차는 하늘을 날 것인가, 아닌가’ 따위 주제를 놓고 친구들 사이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부모에게, 언니나 형에게, 책에서 주워들은 이야기를 총동원한 토론이 열띠다 못해 뜨거운 지경도 꽤 되었던 것 같다. 요즘 아이들은 어떨까. 수학, 피아노, 논술, 태권도에 초등학생이 제일 바쁘단 소리까지 들리니 그런 실없는 논쟁을 벌일 겨를이 있을까?
<절대 절대 안 열리는 잼뚜껑>을 보며 그 시절이 떠올라 웃음을 참기 어려웠다. 재민이는 학교 샌드위치 만들기 시간을 위해 수상한 가게에서 딸기잼을 가져온다. 설레는 마음으로 뚜껑을 돌려보지만, 꿈쩍도 않는다. 그때부터 잼뚜껑을 열기 위한 소동이 벌어진다. 팔씨름 1등 힘찬이, 과학 박사 미르, 쌍둥이 지우와 시우까지 나서 보지만 뚜껑은 요지부동이다. 잼 병 안에서 괴물이 붙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잼을 판 할머니가 암호를 걸어 놓은 것은 아닐까?
급기야 담임 선생님까지 가세해 ‘열리지 않는 잼뚜껑 열기’ 학급 회의를 발족하기에 이른다. 잼뚜껑을 여는 방법에는 대체 몇 가지가 있을까. 쇠숟가락으로 뚜껑을 때린 뒤 열기 등 기껏해야 서너개가 떠오를 뿐이지만 그런 한계는 어른의 몫일 뿐이다. 냉장고를 다 비우고 잼만 넣어둬서 배고픈 사람이 열게 하기, 하지 말라는 건 꼭 하는 동생에게 “절대로 열지 말라”며 맡기기, 공짜라면 불가능한 게 없는 어른들이 열도록 마트 시식 코너에 놓아두기 등 <절대 절대 안 열리는 잼뚜껑>의 상상은 기발하다. 만화 기획 및 콘티 작가로 활동한 바 있는 박설연의 아이디어가 오우성 작가의 앙증 맞은 그림체와 만나 책의 분위기를 더 살렸다.
그래서 잼뚜껑은 결국 어떻게 되었느냐고? 아이들은 맛나게 샌드위치를 먹는 데 성공했지만 책은 읽는 이에게 방법을 일러주지 않는다. 과연 그 방법은 무엇이었을지 아이와 함께 이야기해 보는 재미도 쏠쏠할 듯싶다. 함께 노는 것이 낯설어져 가는 요즘 아이들에게 더 많은 ‘열리지 않는 잼뚜껑’을 주는 것이 어른의 몫이 아닐까.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