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모니시스트 박종성이 지난 1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하모니카를 든 채 사진을 찍고 있다. 예술의전당 제공
“한뼘 크기의 하모니카는 다른 악기보다 보잘것없어 보이고, 애들 장난감 같다고 무시받기도 하죠. 하지만 누군가에겐 희망이 되고, 위로를 가져다줍니다.”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하모니시스트(하모니카 연주자) 박종성은 “작고 평범한 하모니카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며 이렇게 얘기했다.
박종성은 지난 13일 서울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한강에서 하모니카가 대형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공연을 선보였다. 이날 그의 하모니카는 오케스트라의 초대손님이 아니라 주인공이었다. “보통 하모니카는 피아노와 현악기 위주 공연에서 작게 편성해 연주해요. 오케스트라와 하모니카가 함께하는 공연은 어린 시절부터 꿈꿔오던 무대였어요. 작고 평범해 보이는 하모니카도 대형 오케스트라를 이끌며 화려한 조명을 받는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린 것 같아 만족합니다.”
하모니카에는 단점이 있다. “음량이 작아 다른 악기와 협연할 때 마이크 없이 연주하기 어렵다. 게다가 역사가 짧다 보니, 연주곡이 부족하다. 새로운 곡이 많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하모니카는 클래식, 재즈, 블루스, 록, 발라드, 탱고, 민요 등 다양한 장르에 맞게 변신한다.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다채로운 사운드와 어울리는 게 하모니카의 장점”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하모니시스트 박종성이 연주하는 하모니카. 예술의전당 제공
박종성은 한때 하모니카를 향한 편견과 맞서 싸웠다고 했다. “20대 초반에 하모니카를 연주한다고 하면, ‘장난감 아니냐’ ‘누구나 다 하는 악기 아니냐’ ‘그걸 해서 먹고살 수 있냐’는 말을 자주 들었어요. 속상했죠. 그런 편견을 깨부숴야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30대가 된 요즘 그는 생각을 바꾸니 세상이 달라졌다고 했다. “지금은 그렇게 얘기하는 분이 있으면 웃음으로 넘겨요. 오히려 하모니카가 누구에게나 편안한 악기여서 그런 말씀을 하신다고 생각하면서 그 같은 시선을 즐기고 있죠.”
하모니카는 언제부터 불었을까? “10살 때 외할머니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하모니카를 주셨어요. 처음엔 장난감이 아니어서 엄청나게 실망했죠. 서랍 속에 넣어놓고 신경도 안 썼어요. 이후 초등학교 6학년 때 어머니가 백화점 전단에 나온 하모니카 강좌 안내를 보고 ‘한번 들어봐라’고 하시면서 저의 하모니카 인생이 시작됐죠.”
그는 고등학생이던 2002년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하모니카 대회’에서 청소년 트레몰로 부문 금상을 받으며 국내 하모니카 연주자로는 첫 국제대회 수상자가 됐다. 하모니카 전공으로 음악대(경희대 포스트모던음악과)에 진학한 것도 국내 최초였다. 2009년 ‘하모니카 올림픽’이라 불리는 세계 하모니카대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트레몰로 솔로 부문 1위를 차지했다.
2015년부터 성악가 조수미와도 협연을 해왔다. 그는 조수미를 롤모델로 꼽으며 “음악적 깊이와 실력은 두말할 것도 없고, 까마득한 후배를 존중해주고 함께 스포트라이트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등 무대 뒤 인격도 훌륭하다”고 치켜세웠다.
박종성은 한국전쟁 71주년을 맞아 참전용사의 희생과 헌신을 되새기고자 오는 24일 예술의전당에서 여는 ‘평화 콘서트’ 무대에 선다. 그가 선택한 곡은 전래민요 ‘새야 새야’와 제임스 무디의 <스페인 환상곡> 가운데 ‘톨레도’다. “‘새야 새야’는 공연에 오시는 한국전쟁 참전국 외교 사절에게 우리 민요의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주고 싶어 골랐어요. 톨레도는 이슬람에 점령당한 뒤 780년 만에 독립한 스페인의 도시예요. 조국을 지켜내려 한 분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들려드리고 싶어요.” 공연 문의 (02)580-1300.
정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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