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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눈에 띄는 ‘명장의 후예’들, 익숙함 비틀어 느낌있네

등록 2021-06-21 18:29수정 2021-06-22 02:06

tvN 드라마 ‘멸망’ 집필 임메아리 작가
김은숙 보조작가 출신으로
로코에 삶·죽음 철학적 메시지
‘통통 튀는 장면’ 등엔 명장 향기

넷플릭스 ‘지구망’ 연출 김정식 피디
시트콤 대가와 15년 작업 경력
더 한국인같은 외국인 그리며
‘김병욱표’ 미스터리 접목도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를 연출한 김정식 피디. 넷플릭스 제공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를 연출한 김정식 피디. 넷플릭스 제공
‘좋은 선배는 능동적인 후배를 만든다’는 말은 진리다. 적어도 이 두 사람에게는. 지난달 10일 시작한 16부작 드라마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티브이엔)를 집필한 임메아리 작가와 지난 18일 전편을 공개한 12부작 시트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넷플릭스)를 연출한 김정식 피디는 ‘명장의 키즈’들이다.

임메아리 작가는 로맨틱코미디의 대가 김은숙 작가의 <상속자들> <태양의 후예> <도깨비> 보조작가로 참여했다. 2018년 드라마 <뷰티 인사이드>로 메인작가로 데뷔했고, 이번 작품이 두번째다. 김정식 피디는 시트콤의 대가 김병욱 피디와 약 15년간 함께 일했다. 2005년 <귀엽거나 미치거나>의 조연출을 시작으로 <거침없이 하이킥 시즌2>를 제외하고 김병욱 피디의 모든 작품에 참여했다. 김정식 피디는 “<거침없이 하이킥 시즌1> 때가 31살이었다. 후반부에는 혼자 연출할 기회를 얻기도 했다”고 말했다.

좋은 선배를 옆에서 보고 자란 후배들은 쑥쑥 컸다. 두 사람 모두 익숙함을 비튼 기발한 시도로 로맨틱코미디와 시트콤을 이끌어갈 주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임메아리 작가가 집필한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대본 전권
임메아리 작가가 집필한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대본 전권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는 로맨틱코미디에 삶과 죽음의 철학적 메시지를 접목한 점이 호평받는다. 사라지는 모든 것의 이유가 되는 ‘멸망’(서인국)이라는 존재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인간 ‘동경’(박보영)과 어떤 계약을 맺고 함께 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멸망이 목숨을 앗아가는 존재이기에 남녀가 동거하면서 ‘밀당’하는 로맨틱코미디의 흔한 공식조차 이 드라마에서는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인간의 모든 짐을 떠안고 태어나고 죽기를 반복하는 작고 나약한 소녀의 모습을 한 신(정지소)의 등장이 눈길을 끈다. 로맨틱코미디에 신이라니. 장정도 책임피디는 “임메아리 작가만의 독특한 상상력과 세계관이 인상 깊다. 보통 드라마에서 신은 전지전능한 능력을 갖춘 인간 상위의 존재로 그려진다. 이 드라마에서는 신이 인간처럼 변화해 가는 모습을 성장이라고 본 부분이 특히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드라마는 멸망과 동경이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을 손잡고 키스하는 등 설레는 멜로처럼 만들면서도 가슴 한쪽에 불안함을 깔고 들어간다. 마치 남녀의 사랑이 아닌, 선과 악의 대결 구도처럼 읽히기도 한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문법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주인공들이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은 어떻게 보면 팽팽한 대결 구도로 읽히기도 한다. 모든 걸 사라지게 하는 멸망 앞에서 동경은 사랑으로 맞선다. 낯선 문법에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지만, 독특한 판타지 멜로인 것만은 분명하다. 임메아리 작가가 색다른 시도로 색다른 경험을 하게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티브이엔 제공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티브이엔 제공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 넷플릭스 제공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 넷플릭스 제공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도 청춘 시트콤의 배경으로 자주 등장한 기숙사나 하숙집을 대한대학교 국제기숙사로 비틀고,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을 등장시켜 새로운 이야기로 풀어냈다. 한국 드라마를 좋아해서 유학 오고, 한국의 예를 지키고, 고추장 등 매운 걸 더 잘 먹고, “라떼는 말이야”를 입에 달고 사는 등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은 이들이 등장한다. 이를 ‘국뽕’이라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지만, 실제로 한국 문화가 좋아서 온 외국인들이 많다. 이들은 자신들이 사랑하는 한국을 한국인들이 ‘헬조선’이라고 표현하며 떠나고 싶어하는 것을 의아해하기도 한단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는 미국, 타이, 트리니다드 토바고, 스웨덴 등 다양한 국적의 캐스팅이 눈길을 끈다. 김정식 피디는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면서 20대 초반에 연기력을 갖춘 이들을 중심으로 캐스팅했다”고 말했다. 동성애 코드도 자연스럽게 녹였다. 지상파 시트콤을 오래 작업한 그는 “무엇보다 제작 시스템에서 넷플릭스와 티브이의 큰 차이를 느꼈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5편을 만들어야 해서 촬영하고 편집하기 바빴던 지상파 때와 달리 이번엔 30분물 12편을 만들면서 편집에 수개월이 주어졌다. 그는 “국악과 부채춤, 태권도를 보여주는 장면은 대본에는 없었는데, 한국 문화를 보여주고 싶어서 촬영하면서 제안했더니 흔쾌히 응해주더라”며 “연출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키즈들에게서 명장의 향기가 느껴진다. 임메아리 작가도 김은숙 작가처럼 통통 튀는 장면과 ‘대사빨’이 좋다. 섬세하고 현실적인 감정 표현을 잘한다. <뷰티 인사이드>와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에서 좋은 대사만 뽑아 정리한 블로그 글도 눈에 띈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 속 기숙사에서 미스터리한 사건이 벌어지는 것도 김병욱표 시트콤의 특징이다. 김정식 피디는 “시트콤도 여러 방향이 있는데, 이번에 대본은 대사 위주의 <논스톱> 식에다 촬영은 움직임이 많은 <하이킥> 식을 접목하려고 노력했다”며 “김병욱 감독님께 배운 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서사 등 아쉬운 대목도 없진 않지만, 명장을 뛰어넘을 그들의 활약을 기대해보자.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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