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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첫 야외 음악축제 가보니…떼창 없이도 흥겨워

등록 2021-06-29 04:59수정 2021-06-29 08:00

26~27일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21’
가수 이하이가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21’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민트페이퍼 제공
가수 이하이가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21’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민트페이퍼 제공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을 찾았다. 2019년 10월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이후 무려 1년8개월 만에 열린 야외 대중음악 축제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21’에 가기 위해서였다. 정부가 지난 14일부터 대중음악 공연 관객 제한을 99명에서 4000명까지 늘린 뒤 처음 열린 대형 야외 공연이기도 했다.

공연을 보기 위해선 공연장 바로 옆에 있는 케이스포돔(옛 체조경기장)에 들러야 했다. 이곳은 거대한 방역 센터 구실을 하고 있었다. 체온 측정과 정보무늬(QR코드) 체크인을 한 뒤 진행요원한테서 신속자가항원 진단키트를 받았다. 칸막이가 설치된 좌석에 앉아 검사를 했다. 검사용액에 타액을 섞은 다음 키트에 한두 방울씩 떨어뜨리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는 방식이다. 보라색 한 줄이 나오면 음성, 두 줄이 나오면 양성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3분쯤 기다리자, 보라색 줄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행히 한 줄이었다.

한 관객이 공연장 입장 전에 신속자가항원 진단키트로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있다. 민트페이퍼 제공
한 관객이 공연장 입장 전에 신속자가항원 진단키트로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있다. 민트페이퍼 제공

진행요원이 손목에 ‘검역 완료’라고 적힌 하얀색 밴드를 감아줬다. 검사 결과가 불분명한 사람은 따로 마련한 2차 검사 장소에서 다른 회사 제품으로 검사를 받아야 했다. 이틀간 열린 공연 관객 중 양성으로 나온 이는 한명도 없었다고 한다. 서현규 민트페이퍼 이사는 “관객뿐만 아니라 가수, 매니저 모두 이런 검역 절차를 거쳐 공연장에 입장하고 있다”며 “예년 하루 평균 관객은 8000~1만명 수준이지만 올해는 4000명으로 제한해 일찌감치 매진됐다”고 했다.

케이스포돔 옆 공연장인 88잔디마당에 들어서자, 탁 트인 드넓은 잔디밭이 눈에 들어왔다. 마스크 안으로 잔디 내음도 들어왔다. 감염 예방을 위해 무대 앞 스탠딩존을 없앤 게 눈에 띄었다. 거기엔 플라스틱 의자가 놓인 ‘지정 좌석존’이 자리 잡았다. 그 뒤편엔 돗자리를 깔 수 있는 ‘지정 피크닉존’이 있었다. 피크닉존에서도 돗자리 위치가 정해진 곳에만 앉을 수 있었다.

돗자리를 깔 수 있는 ‘지정 피크닉존’에서 관객이 공연을 보고 있다. 민트페이퍼 제공
돗자리를 깔 수 있는 ‘지정 피크닉존’에서 관객이 공연을 보고 있다. 민트페이퍼 제공

공연장에선 500㎖ 이하 페트병에 담긴 물과 음료는 마실 수 있었지만 음식은 먹을 수 없었다. 음식은 ‘푸드존’의 칸막이가 설치된 탁자에서만 먹을 수 있었다.

공연 풍경은 이전과 달랐다. 야외 음악 페스티벌의 흥을 돋우는 ‘떼창’, 함성, 기립은 모두 금지됐다. 함성과 환호는 없었지만, 박수와 손을 이용한 율동은 가능했다. 일부 관객은 자리에 앉은 채로 어깨춤으로 리듬을 타기도 했고, 연인들은 서로 기대고 앉아 몸을 흔들기도 했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어스름이 깔리자 관객은 휴대전화 손전등을 켜고 머리 위로 흔들며 불빛의 향연을 만들었다.

무대에 오른 가수들은 어색해하면서도 오랜만의 야외 공연을 관객과 함께 즐겼다. 이하이는 “옛날엔 함성을 지르거나 따라 부르곤 했는데, 이런 형태의 공연이 낯설고 어색하죠? 하지만 마음으로 함성 지르고 계신 거 맞죠?”라며 ‘내적 신남’을 이끌었다. 빨간 티를 입고 나온 폴킴이 “관객분의 손바닥이 붉은색인 제 옷보다 더 빨개졌는지 지켜보겠다”고 하자 박수가 쏟아졌다. 폴킴 손목에도 ‘검역 완료’를 뜻하는 하얀색 밴드가 감겨 있었다.

무대 바로 앞 ‘지정 좌석존’에서 관객이 공연을 보고 있다. 민트페이퍼 제공
무대 바로 앞 ‘지정 좌석존’에서 관객이 공연을 보고 있다. 민트페이퍼 제공

‘1년8개월 만에 돌아온 축제’의 첫날 무대는 그렇게 폴킴 노래를 마지막으로 끝났다.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는 이른바 ‘떼창’도, 야외 공연과 찰떡궁합인 ‘치맥’(치킨+맥주)도 없었지만, 이날 공연은 대다수 관객에게 즐거운 추억을 남겼다.

정다빈(25)씨는 “간호사로 일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생긴 스트레스를 공연을 보면서 날려버렸다”고 했다. 친구들과 같이 공연을 본 김지혜(22·대학생)씨는 “관객이 방역수칙을 잘 지킨 것 같고, 공연도 너무 좋아 힐링 받았다”며 “앞으로 코로나가 잡혀서 공연을 보면서 함성도 질렀으면 좋겠다”고 했다.

26~27일 이틀 동안 열린 축제에서 정준일, 폴킴, 이하이, 페퍼톤스, 데이브레이크, 소란 등 가수와 밴드 14팀이 무대에 올랐고, 관객 8000명이 공연을 즐겼다.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21’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민트페이퍼 제공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21’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민트페이퍼 제공

이번 공연을 시작으로 중대형 규모 이상의 대중음악 공연이 기지개를 켤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대중음악 공연은 클래식·뮤지컬 등 다른 장르 공연과 달리 ‘집회·모임·행사’로 분류돼 100명 이상 공연이 금지됐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14일 대중음악 공연장 입장 인원을 상향 조정하면서 온라인으로 전환하거나 미뤄진 공연이 다시 열리고 있다.

나훈아는 7~8월 대구·부산·서울에서 ‘2021년 어게인 테스형’ 콘서트를 연다. 브레이브걸스와 세븐틴은 각각 7월과 8월에 온오프라인 팬미팅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온라인으로 진행된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은 10월 오프라인으로 열린다. 1만명 이상 모이는 아이돌 가수 콘서트도 재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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