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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국내 첫 장애인 스탠드업 코미디언의 좌우명 ‘DID’ 들이대~

등록 2021-07-12 04:59수정 2021-07-12 11:26

[인터뷰] 스탠드업 코미디언 한기명
어릴적 사고로 장애 얻었지만
‘개콘’ 보며 웃음 주겠다 다짐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이어
KBS 출연 등 개그맨 꿈 이뤄
매주 국회 앞 인권 농성 참여도
국내 최초의 장애인 스탠드업 코미디언 한기명이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을 하고 있다. 한기명 제공
국내 최초의 장애인 스탠드업 코미디언 한기명이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을 하고 있다. 한기명 제공

“제 예명은 ‘뻔장코’입니다. 뻔뻔한 장애인 코미디언의 준말이죠. 뻔뻔한은 펀(Fun)펀한의 뜻도 있죠.”

‘뻔장코’ 한기명은 너스레로 인사를 대신했다. 지난 2일 저녁, 서울 씨지브이(CGV) 신촌아트레온에서 만난 한기명은 밝고 유쾌했다. ‘스탠드업 코미디 쇼그맨’에서 그는 자신의 장애를 유머 소재로 활용하는 여유로움을 보여줬다.

“7살 때였어요. 태권도 학원 차에서 내리는 도중에 차가 출발을 한 거예요. 크게 다쳐서 식물인간으로 6개월 동안 누워 있다가 겨우 깨어났어요. 그때 처음 본 프로그램이 <개그콘서트>에서 김준호·김대희 선배 등이 연기한 ‘바보 3대’였어요. 너무 재밌더라고요. 나도 누군가에게 ‘웃음과 감동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개그맨에 도전한 계기죠.” 어렸을 적 사고의 기억이 고통스러웠을 법도 한데 마치 남 얘기하듯 했다.

그날의 기억은 어린 그를 사로잡았다. 개그맨이 되기 위해선 연기를 해야겠다고 맘먹은 그는 2015년 장애인 연극배우 모집 공고에 지원했다. “당당하게 1등으로 합격한 거예요. 연기를 배운 적도 없었는데 드라마를 보고 혼자 연습한 게 도움이 됐어요.”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되는 과정은 우연이자 운명이었다. “2017년 ‘새로운 거에 도전하자’ 생각하고 있던 차에 ‘스탠드업 코미디언 오픈마이크’ 모집 공고를 봤어요. 스탠드업 코미디는 뭘까 하고 찾아보니 무대 위에서 자신의 얘길 하는 거였어요. 내가 하고 싶은 코미디가 바로 이거구나 싶어서 도전했죠.” 2018년 국내 최초의 장애인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감사하게도 그해에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에 초청돼 공연했고 최근에는 박나래 선배하고 <한국방송>(KBS) 코미디 프로그램 <스탠드업>에 출연하는 영광도 누렸죠.”

개그맨의 꿈을 이루기까지 가족들의 반대도 없지 않았지만, 자신의 좌우명인 ‘디아이디’(DID·들이대) 정신으로 여기까지 왔다는 그는, 지금은 폐지된 <개그콘서트> 무대에 언젠가 서보는 게 꿈이라고 했다. “전철을 주로 타거든요. 공짜니까요.(웃음) 전철에서 소재를 많이 얻는데 사실 대본 짜는 게 가장 어려워요. 어쨌거나 저쨌거나 코로나19로 무대가 줄어들어 다들 힘들죠. 그나마 저는 장애인식 개선 강의나 장애인특수학교에서 진로특강 요청 등이 들어와서 다행이에요.”

미국의 뇌성마비 코미디언 조시 블루가 롤모델이라는 그는 매주 월요일에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을 찾는다. “보통 장애인들이 시설에서 생활하거든요. 근데 시설이 문제가 많죠. 탈시설 지원법 제정과 장애인들의 거주시설 보장을 위한 국회 앞 농성에 매주 나가고 있어요.”

왼쪽 귀는 안 들리고 왼쪽 뇌를 다쳐 오른쪽 손을 쓰지 못하는 그는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모두가 똑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배리어 프리. 장벽이 없어야죠. 누구를 더 특별하게 봐야 한다는 생각은 없어요. 몸이 불편할 뿐 똑같은 사람이죠.”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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