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문화일반

“소프라노 하면 조수미…바리톤 하면 김기훈 떠올렸으면”

등록 2021-08-17 19:35수정 2021-08-18 02:33

김기훈, BBC 카디프 콩쿠르서
한국인으론 메인 부문 첫 우승
다음달 4일 예술의전당 독창회
바리톤 김기훈. 아트앤아티스트 제공
바리톤 김기훈. 아트앤아티스트 제공

“소프라노 하면 조수미를 떠올린다. 바리톤 하면 김기훈을 떠올리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바리톤 김기훈은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마리아칼라스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달 19일(현지시각) 영국 웨일스 카디프에서 막을 내린 국제 성악 콩쿠르 ‘비비시(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카디프 콩쿠르) 메인 부문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 우승했다. 웨일스 국립오페라와 <비비시>가 주최하는 이 콩쿠르는 1983년 시작돼 2년마다 열린다. 오케스트라 반주로 오페라 아리아를 노래하는 메인 부문과 피아노 반주로 가곡을 노래하는 가곡 부문에서 실력을 겨룬다. 김기훈은 대회의 핵심인 메인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보고 싶었고, 한국인 최초라는 타이틀을 따고 싶었다. 이런 타이틀 얻었다고 해서 자만하거나 현상 유지를 하려는 생각은 없다. 만족하는 예술가는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다. 불만족에서 예술이 탄생한다. 만족하는 순간 제 예술 인생은 끝이다.”

카디프 콩쿠르는 1989년 메인 부문에서 드미트리 흐보로스톱스키, 가곡 부문에서 브린 터펠이라는 바리톤이 나오면서 최고 권위의 성악 콩쿠르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인으로는 1999년 바리톤 노대산, 2015년 베이스 박종민이 가곡 부문에서 1위를 했다.

15개국 16명이 본선에 진출한 올해 콩쿠르에서 1차 라운드 때 김기훈은 코른골트의 오페라 <죽음의 도시> 가운데 ‘나의 갈망이여, 나의 망상이여’를 불렀다. 우수에 젖은 이 아리아는 그전까지 잘 부르지 않았던 곡이었다.

“아리아를 불렀을 때 솔직한 심정으로 심사위원이 미웠다. 어두운 표정으로 손으로 턱을 괴고 노래를 들었다. ‘내가 노래를 잘 못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 다음 순서로 부른 남아프리카공화국 가수가 노래를 잘했다. 1라운드 통과자를 부를 때 ‘사우스’가 나와서 그 사람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다음에 ‘코리아’를 불렀다.”

김기훈이 말한 콩쿠르 심사위원 로버타 알렉산더(소프라노)는 이 곡을 듣고 눈물을 흘렸다. “호텔에서 심사위원이 울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처음엔 믿지 않았다. 심사위원이 콩쿠르에서 운다는 건 객관성에 어긋나고, 내 편을 드는 거라는 생각에서 처음엔 믿지 않았다. 그래서 공연 영상을 봤다. 심사위원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는 군 제대 뒤 10개월 동안 슬럼프를 겪었다고 했다. “군대에서 성대 결절을 겪으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복싱을 취미로 했는데, 복싱 관장님이 프로복싱 선수를 추천했다. 그쪽으로도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지금은 (여러 콩쿠르에서 우승해) 군 면제권을 3개 갖고 있다. 군대를 다녀와서 필요 없으니, 방탄소년단에게 주고 싶다.”

김기훈은 고등학교 3학년 때 뒤늦게 성악 공부를 시작해 연세대 음대를 졸업했다. “고3이 되던 겨울방학 때 시골 교회 성가대에서 강사분이 저에게 노래를 시켰다. 제가 가요를 성악처럼 잘 불렀다. 개인기처럼 불렀는데, 강사분이 성악을 권유했다. 아버지는 반대했지만, 서울로 올라와 성악 테스트를 받았다. 그분도 성악 할 것을 권유했다. 아버지는 처음엔 그분이 ‘레슨비 받아먹으려고 하는 사기꾼’인 줄 아셨다. 그분은 저의 은사님이 됐다.”

이후 독일 하노버 음대 석사를 마친 김기훈은 현재 같은 대학 최고연주자 과정을 밟으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북미까지 연주 활동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2016년부터 독일 하노버 슈타츠오퍼에서 독주자로 활동해왔다.

세계 무대에 그의 이름이 뚜렷하게 각인된 것은 2019년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와 오페랄리아(도밍고 국제성악콩쿠르)에서 잇따라 준우승을 차지하면서부터다.

바리톤 김기훈 리사이틀 포스터. 아트앤아티스트 제공
바리톤 김기훈 리사이틀 포스터. 아트앤아티스트 제공

김기훈은 다음달 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독창회를 연다. 카디프 콩쿠르 결선에서 부른 ‘나의 갈망이여, 나의 망상이여’를 들려준다. 이어 로시니의 ‘나는 이 동네 제일가는 이발사’, 모차르트의 ‘당신의 시선을 나에게 돌려주세요’, 가에타노 도니체티의 ‘분노에 떨고 있네’,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 중 서곡과 ‘저녁별의 노래’ 등도 노래한다.

마지막으로 김기훈은 “저는 노래로 관객에게 에너지를 전해드린다. 관객이 저에게 보내주는 박수에 엄청난 힘을 얻고 감동한다. 그게 제가 노래를 부르는 원동력이다”라고 말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