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승리호>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속에서 극장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경계 허물기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극장 개봉 없이 오티티로 직행한 한국 영화를 뒤늦게 극장에서 상영하는가 하면, 국내 최대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는 오티티 오리지널 시리즈를 상영하기로 했다.
씨지브이(CGV)는 25일 극장 개봉을 하지 않고 넷플릭스에서만 공개했던 한국 영화들을 모아 ‘넷픽’ 특별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상영 작품은 <승리호> <사냥의 시간> <콜> <차인표> <낙원의 밤> <새콤달콤> <제8일의 밤> 등 7편이다. 오는 9월1~12일 전국 씨지브이 80여개 극장에서 상영한다. 넷플릭스 한국 영화를 일반 관객 대상으로 극장에서 상영하는 것은 처음이다.
특히 한국 최초의 우주 에스에프(SF) 블록버스터 <승리호>가 관심을 모은다. 애초 극장에서 개봉하려 했으나, 240억원에 이르는 제작비 회수를 위해 넷플릭스로 직행했다. 지난 2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화를 본 이들 중 상당수는 극장의 큰 스크린과 입체적인 사운드가 뒷받침됐다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번 특별전은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씨지브이와 넷플릭스의 최초 협력 상생 모델이라는 측면에서도 관심이 쏠린다. 기존에는 대립했던 씨지브이와 넷플릭스가 한발씩 양보해 관객이 보고 싶어 하는 넷플릭스 영화를 극장에 선보임으로써, 극장과 오티티는 물론 제작사와 관객까지 만족시키는 새로운 협력 모델이 탄생한 셈이다.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국내 영화제를 대표하는 부산영화제도 오티티에 문호를 활짝 열었다. 부산영화제는 오는 10월 열리는 제26회 영화제에서 아시아 최초로 ‘온 스크린’ 섹션을 신설해, 화제의 오티티 드라마 시리즈를 상영하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전에도 넷플릭스 영화를 상영한 적이 있지만, 오티티 드라마 시리즈까지 상영하는 건 처음이다.
영화제는 “최근 다방향적으로 확장되고 있는 영화산업의 현주소를 기민하게 반영해내는 한편, 영화 매체의 확장된 흐름과 가치 역시 포용하고자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베네치아국제영화제, 토론토국제영화제 등이 비슷한 성격의 섹션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온 스크린’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6부작 중 3부까지 상영),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선보여 화제를 모은 <인간수업>의 김진민 감독이 새롭게 내놓는 넷플릭스 시리즈 <마이 네임>(8부작 중 3부까지 상영), 타이 출신 아누차 분야와타나 감독과 한국계 미국인 조시 킴 감독 공동 연출의 에이치비오(HBO) 아시아 오리지널 시리즈 <포비든>(8부작 중 2부까지 상영)이다.
오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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