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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 마블 히어로의 탄생…괜히 페이즈4가 아니다

등록 2021-08-30 18:24수정 2021-08-31 02:33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9월1일 개봉
마블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마블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또 다른 막이 올랐다. ‘인피니티 사가(대서사시)’로도 불린 페이즈(장) 1~3의 대미를 장식한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 이후, 올 상반기 개봉한 <블랙 위도우>가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페이즈 4의 한 장을 열었다면, 새달 1일 개봉하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시리즈 중 처음으로 아시아인 주인공을 앞세워 중국 전통문화로까지 확장한 페이즈 4의 세계관을 보여준다. 새로운 관객층을 겨냥한 상업적 고려가 없진 않겠지만, 인종과 성별 다양성이 마블의 가장 중요한 모토라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호텔 주차관리원으로 일하는 션(시무 리우)은 직장 동료이자 동네 친구인 케이티(아쿼피나)와 ‘밥벌이의 괴로움’을 노래방에서 달래며 평범한 일상을 보낸다. 이튿날 둘이 함께 버스로 출근하던 길, 괴한들이 느닷없이 펜던트를 내놓으라며 션을 공격한다. 션은 쿵후 실력으로 그들을 제압하지만 어머니가 준 펜던트는 이미 잃어버린 상황. 션은 자신과 똑같은 펜던트를 지닌 동생 샤링(장멍얼)도 위기에 처할 것임을 직감하고 케이티와 함께 동생이 있는 마카오로 향한다.

마블 영화 &lt;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gt;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마블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그사이 션은 자신의 무예 실력에 놀란 케이티에게 본명이 ‘샹치’임을 밝히고 숨겼던 가족사를 들려준다. 사실 샹치의 아버지 웬우(량차오웨이·양조위)는 10개의 팔찌에서 나오는 초인적 능력으로 수세기 동안 어둠의 세계를 지배한 비밀조직 ‘텐 링즈’의 창시자였다. 그는 대숲에 가려진 고대 부족 마을 ‘탈로’를 찾아나선 길에서 리(팔라 첸)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샹치와 동생 샤링을 낳으며 다른 사람이 된 웬우는 아내의 비극적 죽음 뒤에 다시 악의 세계로 돌아와 어린 샹치를 살인병기로 길러냈다. 아버지의 정체를 알게 된 샹치는 암살 지시를 어기고 미국으로 도피했다. 결국 샹치는 헛된 망상에 휘말려 어머니의 고향 탈로를 침략하는 아버지에 맞서면서 슈퍼히어로로 거듭난다. 마블 스튜디오 대표 케빈 파이기는 이 영화가 “자신의 아버지가 세계 최고의 범죄자라는 걸 깨닫게 되는 한 청년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마블 영화 &lt;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gt;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마블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는 쿵후 영화의 그림자가 짙게 배어 있다. 버스와 건물 외벽 액션 신은 청룽(성룡) 영화의 한 장면을 방불케 한다. 또 웬우와 리가 첫 만남에서 일합을 겨룰 때나 샹치와 이모(양쯔충·양자경)가 대련할 때,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은 쿵후 장면은 리안 감독의 <와호장룡>(2000)을 연상케 한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쿵후 철학이 엿보이는 장면들이다. 일본계 미국인 데스틴 크리턴 감독을 비롯해 스태프까지 아시아계 영화인들이 두루 참여한 덕분에 샹치를 돕는 용의 출현과 물의 이미지 등 중국 문화를 녹여낸 장면들에서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우려는 기우에 그친다.

크리턴 감독은 30일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각 액션 시퀀스에 각각의 내러티브를 부여했다”며 “청룽 스턴트팀 출신, 중국 안무가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모이면서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났다. 영화에서 감정적인 울림을 받을 수 있는 스토리 등 많은 것이 녹아들어간 액션 시퀀스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영화의 원작은 마블 코믹스의 만화 시리즈 <샹치>(1973)로, 샹치가 악당인 아버지와 대결한다는 설정 또한 원작 그대로다. 쿵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폭발한 1970년대 시대상을 반영한 듯 만화 원작 속 샹치는 리샤오룽(이소룡)처럼 쌍절곤을 들었다.

마블 영화 &lt;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gt;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마블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에서 밝혀지는 ‘아이언맨’과의 관계도 흥미롭다. <아이언맨>(2008)에서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납치해 미사일을 만들도록 한 자들이 ‘텐 링즈’의 일원이었다는 것과, <아이언맨3>(2013)에서 전세계를 공포에 떨게 만든 테러리스트 만다린(벤 킹즐리)의 실제 모델이 ‘텐 링즈’의 웬우였다는 것이 드러난 것. 종횡으로 엮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거대 지도의 한 단면이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웡(베네딕트 웡)이 샹치·케이티와 함께 노래방에서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를 부르는 쿠키 영상이나, 캡틴 마블(브리 라슨)과 헐크(마크 러펄로)의 카메오 출연 등 마블 팬들을 위한 ‘깨알 재미’도 놓치지 않는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캐나다 시트콤 <김씨네 편의점>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중국계 캐나다인 시무 리우는 이날 화상 인터뷰에서 “그동안 아시아인들은 주로 백그라운드에 있었고, 다면적이지 않은 이차원적인 모습이었다”며 “‘샹치’를 통해 아시아계 이야기가 큰 스크린에 펼쳐지고 또 슈퍼히어로가 될 수 있다는 걸 사람들이 본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어머니와 중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아쿼피나 역시 “미디어나 영화에서 아시아인들이 자주 보이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가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어릴 적에 샹치 같은 히어로를 항상 원했다”고 했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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