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유명 배우 장 폴 벨몽도가 지난 2016년 9월8일 제 73회 이탈리아 베네치아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 공로상을 수상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프랑스의 국민배우이자 ‘누벨 바그’의 아이콘이었던 장폴 벨몽도가 영면했다. 향년 88.
반세기 동안 프랑스 영화계를 지탱해온 벨몽도가 6일(현지시각) 파리 자택에서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고 <아에프페>(AFP),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80편의 영화에 출연한 벨몽도는 프랑스 영화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긴 인물이다. 그는 장뤼크 고다르, 프랑수아 트뤼포, 알랭 레네, 루이 말, 장피에르 멜빌 등 1960년대 프랑스 영화 운동인 ‘누벨 바그’를 대표하는 감독들의 페르소나(분신)였다.
고다르 감독의 <네 멋대로 해라>(1960)는 벨몽도를 일약 스타로 만들었다. <한겨레> 자료 사진
특히 고다르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네 멋대로 해라>(1960)에서 벨몽도가 맡은 비운의 깡패 역할은 그를 일약 스타로 만들었다. 1958년 단편 영화에 출연해달라는 제안으로 고다르 감독과 처음 연을 맺은 그는, 이따금 자신이 고다르 감독의 첫번째 영화에 출연했으니 그의 마지막 영화에서도 연기할 것이라는 말을 하곤 했다.
장 폴 벨몽도(오른쪽)가 지난 1960년 11월 이탈리아 로마의 외신기자협회가 주최한 칵테일 파티에 이탈리아의 유명 배우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와 함께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벨몽도는 예술영화뿐 아니라 액션, 코미디까지 여러 장르를 넘나들었고 경찰, 도둑, 신부, 비밀요원 등 다양한 배역을 소화하며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남겼다. 벨몽도는 2016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제73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명예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2001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으나, 2003년 70살의 고령에 두번째 아내와의 사이에서 딸을 낳았다. 2번 결혼하고 2번 이혼한 벨몽도는 2010년 43살이나 어린 <플레이보이> 전직 모델 바르바라 강돌피와 연애하면서 화제가 됐다.
벨몽도(가운데)가 1982년에 주연을 맡은 <에이스 중의 에이스>. <한겨레> 자료 사진
벨몽도의 오랜 친구이자 경쟁자였던 배우 알랭 들롱은 “삶의 일부”였던 그가 세상을 떠나 “산산이 부서진 느낌”이라고 비통해했다. 티에리 프레모 칸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트위터에 “남자로서, 연기자로서 그가 보여준 관대함은 영화사에 몇몇 훌륭한 순간들을 남겼다”며 “고맙습니다, 장폴”이라는 글을 남겼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트위터에 글을 올려 “위대한 영웅부터 친숙한 인물”까지 연기한 벨몽도를 “국보”라고 부르며 “우리는 그에게서 우리 모두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추모했다.
오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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