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현지시각) 제78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영화 <레벤느망>으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프랑스의 오드리 디완 감독. 베네치아/AP 연합뉴스
프랑스 감독 오드리 디완의 <레벤느망>(L'evenement)이 제78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거머쥐었다. 오스카와 칸에 이어 베네치아영화제에서도 여성 감독이 최고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에 부는 여성 영화인의 바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베네치아영화제 마지막날인 11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섬의 팔라초 델 치네마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레벤느망>이 황금사자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봉준호 감독이 이끄는 심사위원단의 만장일치로 수상의 영광을 안게 된 이 영화는, 1963년 프랑스의 한 여대생이 의도치 않은 임신을 한 뒤 낙태를 결심하기까지 겪는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지난 1일 미국 텍사스주가 ‘낙태금지법’을 도입한 것을 계기로 여성의 낙태권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되는 상황 속에서 시상이 이뤄져 눈길을 끌고 있다.
베네치아영화제는 지난해 중국계 미국인 여성 클로이 자오 감독의 <노매드랜드>에 황금사자상을 안긴 데 이어 올해도 여성 감독에게 황금사자상을 수여했다. 1932년 시작한 베네치아영화제 89년 역사상 여성 감독이 황금사자상을 받은 건 이번이 6번째다. 황금사자상 이외에도 올해 주요 부문 수상의 주인공은 모두 여성 감독이었다. 감독상은 신작 <더 파워 오브 더 도그>를 연출한 제인 캠피언 감독이 받았고, 각본상은 감독 데뷔작으로 <더 로스트 도터>를 연출한 배우 출신 매기 질렌할에게 돌아갔다.
베네치아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은 봉준호 감독(왼쪽)과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클로이 자오 감독. 베네치아/AP 연합뉴스
봉 감독은 이날 시상식을 마치고 이뤄진 기자회견에서 여성 감독이 두각을 나타낸 데 대해 “모든 심사위원이 마찬가지겠지만 (수상작들은) 우리를 제일 감동시키고 영화 자체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준 영화들”이라며 “우리 마음이 끌리는 대로 일단 갔다. 마음이 끌리는 대로 갔는데 수상작을 보니 여성 감독들이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봉 감독은 또 “영화 자체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현시대의 어떤 주제를 말하고 있는가, 이런 부분들에 집중했다”며 “결과적으로 (결과가) 그렇게 된 것은 매우 기쁜 일”이라고 덧붙였다.
베네치아영화제 외에도 여성 감독들의 약진은 지난해와 올해 열린 국제영화제에서 거듭 확인되고 있다. 지난 4월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앞서 베네치아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노매드랜드>가 최고상인 작품상과 감독상을 모두 가져갔다. 이번 베네치아영화제 심사위원으로도 위촉된 클로이 자오는 캐서린 비글로 감독의 <허트 로커>(2010) 이후 감독상을 수상한 두번째 여성 감독이자 첫 아시아 여성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지난 7월 폐막한 제74회 칸국제영화제에서도 38살의 줄리아 뒤쿠르노 감독이 연출한 <티탄>이 제인 캠피언 감독의 <피아노>(1993)에 이어 무려 28년 만에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바 있다.
베네치아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은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이 연출한 <신의 손>에 돌아갔다. 스페인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평행한 어머니들>에서 열연한 페넬로페 크루스는 여우주연상을, <온 더 잡: 더 미싱 8>에 출연한 필리핀 배우 존 아실라는 남우주연상을 각각 수상했다.
오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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