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방송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엠넷) 순위 조작 사태에 이어, 이번에는 <한국방송>(KBS)의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더 유닛>에서 순위 선정에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감사원이 발표한 한국방송공사 정기감사 결과를 보면, 2017~2018년 방영된 <…더 유닛>은 사전 온라인 투표 점수 입력 오류로 참가자 3명을 잘못 선발했다. 감사원은 감사보고서에서 “ 남자 참가자 두 명과 여자 참가자 한명 등 총 3명을 잘못 선발했고, 이에 따라 (원래 점수대로라면 선발되었어야 할 다른) 세 명은 최종 선발되지 못했다”며 “공영방송사로서 방송 제작에 대한 신뢰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더 유닛>은 연예계에 데뷔했지만 인기를 얻지 못했거나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이들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으로 참가자 총 126명 중 남녀 각 9명씩 총 18명을 뽑아 향후 연예계 활동을 지원해준다. 가수 ‘비’가 멘토로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제작진은 최종회 방송 시작 전에 집계가 완료된 사전 온라인 투표 점수와 실시간 문자투표 점수를 최종 합산하는 방식으로 18명을 선발했다. 감사원 보고서를 보면, 사고는 <한국방송> 외부 누리집에서 집계한 사전 온라인 점수를 방송국 내부 문자투표 집계프로그램에 수작업으로 입력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감사원은 “사전 온라인 투표결과 원본 자료와 케이비에스가 생방송 당시 입력·반영한 참가자별 사전 온라인 투표결과를 대조해본 결과 최종회 남자 참가자 18명 중 15명, 여자 참가자 18명 중 13명의 점수가 실제와 다르게 입력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남녀 총 36명 중 투표 점수를 정확하게 입력한 경우는 단 8명뿐이었던 셈이다.
감사원은 보고서에서 프로그램 방영 기간과 <한국방송> 총파업 기간이 겹쳐 피디 10명 중 7명이 참여하지 못하면서 문자 입력을 프리랜서 작가한테 맡기는 등 제작에 차질이 빚어졌던 점도 짚었다. 하지만 “불가피하게 프리랜서 작가에 의해 이루어지더라도 이를 생방송 이전에 점검하는 등으로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소속 부서의 제작 관련 업무가 진행되는지 관리·감독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더 유닛>의 순위 오류가 문제적인 이유는, ‘재기’를 꿈꾸며 고군분투한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노력이 어처구니 없는 제작진의 ‘실수’로 수포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그 수치 하나하나에 참가자들의 인생이 달려있는 것인데, 제작진의 행동이 너무 무책임하다”며 “당시 프로그램이 화제성이 없었다고 해서 그냥 넘어가서는 안될 문제다. 참가자와 시청자에게는 사과와 당시 전후사정을 제대로 알려야 하고, 제작진의 잘못으로 떨어진 세명에게는 이에 따른 책임 보상이 잇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방송> 쪽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총파업 등으로 업무 부담이 가중되던 상황에서 발생한 단순 실수였다.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갖는 기회로 삼아 ‘오디션 프로그램’ 매뉴얼을 마련하는 등의 조치를 할 것”이라며 “감사원에도 이렇게 소명했다”고 밝혔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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