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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리어왕 ‘원전 그대로’…이순재 연기인생 65년 투혼

등록 2021-09-28 18:33수정 2021-09-29 02:31

10월30일부터 3주간 연극 ‘리어왕’ 전 회차 주연
연극 <리어왕>에 출연하는 이순재. 파크컴퍼니 제공
연극 <리어왕>에 출연하는 이순재. 파크컴퍼니 제공
“그동안 많은 <리어왕> 연극이 있었지만 풀버전은 없었다. 전부 2시간 내로 줄인 작품이었다. 이번엔 원작 그대로 해보자고 했다. 필생의 마지막 작품으로 생각하고 임하고 있다.”

연기 인생 65주년을 맞아 <리어왕> 주연을 맞은 이순재(86)는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열린 연극 <리어왕>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리어왕>은 존재의 근본적인 성찰을 아름다운 시적 표현으로 그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가운데 가장 숭고하고 압도적이라고 평가받는 작품이다.

이순재는 10월30일부터 11월21일까지 3주 동안 예술의전당 씨제이(CJ) 토월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23회차 모든 무대에 서며 절대 권력자인 왕에서 한순간에 미치광이로 추락하는 리어왕을 담아낸다. 직접 예술감독도 맡아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리어왕> 주연을 맡은 것에 대해선 “(지금은) 할 수 있는 역이 할아버지 역밖에 없다. 누가 ‘이제 뭘 하고 싶으세요?’라고 물어보길래 ‘늙은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연극은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이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개인적인 소신으로 말했는데 공론화가 돼서 맡게 됐다”고 했다.

연극 <리어왕>에 출연하는 이순재. 파크컴퍼니 제공
연극 <리어왕>에 출연하는 이순재. 파크컴퍼니 제공
이번 <리어왕> 연극은 원전을 충실하게 반영한 게 특징이다. “그동안 많은 셰익스피어의 <리어왕> 연극이 있었지만 풀버전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원전 그대로 해봅시다’라고 하면서 공연을 올리게 됐다. 의상이나 분장도 원전 그대로 해보자고 했다.”

원전을 최대한 보전하기 위해 공연 시간만 3시간20분에 이른다. 국내외 대표적인 셰익스피어 학술단체 임원을 맡으며 활발한 학술 활동을 해온 이현우 순천향대 교수가 번역과 연출을 맡았다. 산문과 운문의 구분 등 셰익스피어 언어의 특성을 꼼꼼히 반영했다.

이순재는 “배우로서 최고의 행운은 좋은 작품과 좋은 연출을 만나는 것이다. 고전 연극을 접할 기회가 흔할 것 같지만 배역을 맡기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최불암을 거론하며 예를 들었다. “저는 셰익스피어 작품 가운데 햄릿 역을 꼭 해보고 싶었는데 못 했다. 근데 최불암은 햄릿 역을 했다.”

그러면서 젊었을 때와 다른 경륜도 드러내 보였다. “젊었을 때만 해도 (경험이) 일천해 (배역을) 다 이해하지 못했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리어왕 역할도 이해할 수 있다. 표현하는 데도 나이가 맞아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이순재는 <리어왕>의 정치적 메시지와 관련해 “<리어왕>은 정치적 의미를 별로 갖지 않는다”면서도 “리더는 자기 위치에서 자기를 돌보는 게 아니라 제일 밑에 있는 어려운 사람, 가난한 사람의 고충을 함께 안고 가야 한다”고 했다.

이순재 주연 연극 <리어왕> 포스터. 파크컴퍼니 제공
이순재 주연 연극 <리어왕> 포스터. 파크컴퍼니 제공
이순재는 그가 한 말인 ‘필생의 마지막 작품’처럼 연습하고 있었다. “무대에서 연기를 하려면 대사가 입에서 녹아나야 한다. 자다가도 대사가 튀어나올 수 있도록 완전히 익혀야 하기에 자기 전에도 꼭 대사를 외운다”고 했다. 연습은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 하는데, 이순재는 “오전부터 연습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고 한다.

‘노령에 공연하는 게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건강은 괜찮다. 하지만 나이가 든 사람은 장담할 수 없기에 걱정이 된다. 집사람에게 보약도 준비하라고 했다.(웃음) 판을 벌이면 ‘쟁이’는 신이 나기 때문에 건강을 잘 관리해서 제대로 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리어왕>은 현재 우리의 삶과 닮은 점이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이현우 연출은 “셰익스피어가 이 극을 쓸 때 흑사병이 만연했다. <리어왕>에는 유난히 전염병에 대한 대사가 많이 나온다. 전염병 시대에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없는 분들에게 더 큰 피해가 갔다. 귀족 계급이 아닌 셰익스피어 역시 이런 분들에게 공감과 연민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어떤 의미에서 이 작품이 전염병 시대에 우리 사회에 던지는 중요한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연극 <리어왕>은 서울대학교 극예술동문 중심으로 만든 극단 관악극회에서 연기 인생 65주년을 맞은 이순재를 기리기 위해 준비한 프로젝트다. 리어왕 딸인 고너릴은 소유진·지주연, 리건은 오정연·서송희, 코딜리아는 이연희가 맡았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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