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전세계 넷플릭스 1위를 기록한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개인 전화번호 노출로 구설에 오르면서,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노출되는 전화번호 등에 대한 관심이 일고 있다.
<오징어 게임>은 의문의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이 456억원의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 내용으로, 전화번호가 노출된 장면은 1화, 2화, 9화에 나온다. 010이나 지역번호 없이 8자리 전화번호 두개가 노출됐는데, 휴대전화로 이 번호를 누르면 010이 자동으로 붙어 연결된다. 드라마를 본 사람들이 자꾸 전화를 거는 바람에 실제 이 번호 사용자는 물론 비슷한 번호 사용자들까지 잇따라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드라마 속에 노출된 계좌번호로 1원이 송금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28일 이뤄진 화상인터뷰에서 황동혁 감독은 “없는 번호, 안전한 번호라고 해서 썼는데 010이 자동으로 붙는 걸 제작진이 예측 못했다. 끝까지 체크 못 한 거 죄송하다. 피해 입은 분들에게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통장 계좌번호는 제작진 거다. 456원이 자꾸 들어오고 있다고 하더라. 아예 그 계좌도 정리하는 걸로 얘기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사실 영화에서 실제 사용 중인 전화번호가 노출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영화 장면에서 전체 번호를 노출해야 할 때는 보통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제공하는 유무선 전화번호를 이용한다. 영진위는 서울·경기·부산 지역번호가 포함된 4개 회선과 휴대전화 2개 회선의 번호를 영화 제작사에 무료로 제공해왔다. 영진위는 관계자는 “매해 20여편의 영화가 이 서비스를 이용한다”며 “현재 개봉 중인 영화 <보이스>를 비롯해 <담보> <반도> 등 지난해 23편, 2019년 24편의 영화가 영진위 번호를 제작에 사용했다. 올해도 지난 7월까지 9편의 영화가 번호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해당 번호로 전화를 걸면 유선의 경우에는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제공하는 스크린 노출용 전화번호입니다”라는 안내가 나오고, 무선 전화번호는 신호는 가지만 받지 않는다. 계좌번호나 주민번호 등에 대한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고 있다. 영진위의 전화번호 제공 서비스는 영화만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까닭에 <오징어 게임> 같은 오티티 드라마 제작에는 이를 사용할 수 없다.
한국 영화 스크린 노출용 전화번호. 영화진흥위원회 제공
꼭 영진위 제공 번호를 쓰지 않더라도 전화번호를 안전하게 노출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촬영 과정에서 별도의 전화를 개통해 사용한 뒤 해지하거나, 모자이크 처리 또는 끝자리를 가리는 등의 방법이 있다. 한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영진위 스크린 노출 번호를 사용해본 적이 없다”며 “전화번호 노출이 필요한 경우 촬영 전에 번호를 개통했다가 촬영 이후 해지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후 같은 번호를 사용하는 사람에게 전화가 갈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지 그런 피해 사례는 없었다”고 했다.
미국에선 555-0100에서 555-0199까지 전화번호 100개 회선을 영화와 드라마에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국 드라마 <엑스 파일>에서 주인공 멀더가 스컬리에게 건 전화번호가 555-0191인 것도 그래서다. 영진위 관계자는 “앞으로 오티티 드라마까지 번호 제공 서비스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