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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크레이그의 마지막 007…사랑과 가족에 눈뜨다

등록 2021-10-01 04:59수정 2021-10-01 08:57

‘007 노 타임 투 다이’ 개봉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스틸컷. 유니버설픽쳐스 제공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스틸컷. 유니버설픽쳐스 제공

2006년 개봉한 <007 카지노 로얄>은 그때까지 이름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한 배우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시키며, 진부한 첩보물로 보였던 007 시리즈가 새롭게 진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슈트를 차려입고 여인과 함께 슈퍼카를 모는 제임스 본드의 ‘귀족’ 이미지는, 대니얼 크레이그를 만나 뛰고 구르고 죽을 고비를 넘기는 ‘돌쇠’로 확장됐다. 이후 그가 출연한 007 시리즈는 흥행 성적을 갈아치우며 그를 역대 최장수 제임스 본드로 만들었다. 29일 전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한 케리 후쿠나가 감독의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지난 15년 동안 이어진 대니얼 크레이그표 007 시리즈의 마침표를 찍는 액션 블록버스터다.

전편인 <007 스펙터>(2015)에서 영국 정보기관 엠아이식스(MI6)의 코드명 007을 버리고 자유인이 된 본드는, 연인 매들린 스완(레아 세두)과 스포츠카 애스턴마틴(DB5)을 타고 떠난다. 이후 본드는 이탈리아 남부 마테라에서 매들린과 행복한 한때를 보내지만, 오래전 숨진 옛 애인 베스퍼(에바 그린)를 잊지 못한다. 베스퍼의 묘지를 찾은 본드는 괴한들의 공격을 받고 세계적 범죄조직 스펙터의 소행이라고 여긴다. 본드는 스펙터의 중간보스를 아버지로 둔 매들린을 의심해 그녀를 떠나보낸다.

영화 &lt;007 노 타임 투 다이&gt; 스틸컷. 유니버설픽쳐스 제공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스틸컷. 유니버설픽쳐스 제공

6년의 시간이 흐른 뒤, 자메이카에서 여유로운 일상을 보내는 본드에게 미국 중앙정보국(CIA) 소속 옛 동료 펠릭스(제프리 라이트)가 찾아온다. 펠릭스는 스펙터 일당이 엠아이식스 연구소에서 생화학무기를 탈취하고 연구원을 납치했다고 전한다. 고민 끝에 다시 작전에 합류한 본드는 무기와 연구원의 행방을 쫓아 쿠바로 향한다. 그곳에서 디엔에이(DNA)를 추적해 특정인을 살해할 수 있는 생화학무기의 존재를 알게 된다. 암살 대상의 디엔에이로 만들어 다른 사람에겐 해가 없지만, 대상자에게만 치명으로 작용하는 독극물이 바로 그것.

총격전 끝에 납치된 연구원과 무기를 확보한 본드는 내부 배신자로 인해 동료 펠릭스를 잃고 연구원과 무기는 또다시 범죄집단의 손아귀로 들어간다. 모든 음모의 시작이 스펙터의 수장인 오버하우서(크리스토프 발츠)라고 직감한 본드는 그가 수감된 감옥을 찾고 거기서 6년 전 헤어졌던 매들린과 조우한다. 매들린이 숨겨왔던 비밀과 함께 적의 존재를 알게 된 본드는 마지막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적진으로 뛰어든다.

영화 &lt;007 노 타임 투 다이&gt; 스틸컷. 유니버설픽쳐스 제공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스틸컷. 유니버설픽쳐스 제공

대니얼 크레이그가 나오는 마지막 007 영화인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전작들보다 맨몸 액션 비중은 줄고 그동안 상대적으로 적게 나왔던 첨단 무기의 비중은 늘었다. 특히 <007 스펙터>에 이어 영국 고급 스포츠카 애스턴마틴(DB5)이 기관총과 연막탄 등을 탑재한 방탄 슈퍼카로 재등장해 눈길을 끈다. 또한 두 사람이 탑승할 수 있는, 비행과 잠행이 동시에 가능한 글라이더 같은 무기는 ‘장비발’을 시전했던 007 영화의 계보를 잇는다. 영화 초반 이탈리아 마테라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오토바이 추격신이나 카체이싱 장면도 압권이다. 다만 <보헤미안 랩소디>의 프레디 머큐리 역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라미 말렉이 연기한 악당 사핀은, 본드의 ‘가장 강력한 운명의 적’이라 하기엔 존재감이 미약해 보인다.

영화 &lt;007 노 타임 투 다이&gt; 스틸컷. 유니버설픽쳐스 제공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스틸컷. 유니버설픽쳐스 제공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1년6개월이나 개봉이 미뤄진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기존 시리즈와 사뭇 다른 내용과 결말을 보여준다. 대니얼 크레이그가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관계, 사랑, 가족에 대한 영화”라고 밝혔던 것처럼, 이 영화는 날것의 본능에 의지해 행동해온 사내가 기나긴 여정 끝에 이르러 사랑과 가족이라는 관계에 눈을 뜨는 스토리로 보인다. 영화 제목과 환상적인 오프닝 크레디트 장면이 은유하듯 시간은 모든 것을 풍화시키는 것이어서, 전설의 007도 그 시간을 피할 순 없다.

1962년 숀 코너리 주연의 <007 살인번호>를 시작으로 59년 동안 이어져온 ‘007 유니버스’ 전편의 월드와이드 누적 수익은 약 56억5400만달러로, 한화로 약 6조6천억원에 이른다. ‘죽을 시간이 없다’는 제목처럼 과연 이 영화는 죽지 않고 프랜차이즈의 흥행을 이어갈 수 있을까.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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