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밴드 프렐류드와 경기민요 소리꾼 전영랑(가운데). 피알엠아이디어랩 제공
“‘짜스’(Jass)는 1930~40년대 일제강점기에 고통받던 많은 이들에게 흥겨운 리듬과 가락, 유쾌한 가사로 위로와 웃음을 드렸죠. 우리가 이번에 선보이는 ‘모던 짜스’도 코로나로 힘든 때를 보내는 많은 이들에게 위안과 희망을 드렸으면 해요.”
지난 1일 서울 강남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재즈밴드 프렐류드의 리더 고희안(피아노)과 경기민요 소리꾼 전영랑은 이렇게 입을 모았다. 프렐류드와 전영랑은 1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엠(M)씨어터에서 ‘리싸이틀 쑈 모던 짜스’를 연다.
코로나19는 이날 인터뷰에도 영향을 끼쳤다. 애초 함께하기로 했던 최진배(베이스)는 가르치는 학생 가운데 확진자가 나와 예방 차원에서 참석하지 않았다. 그를 비롯해 리처드 로(색소폰), 한웅원(드럼)은 카카오톡 등으로 인터뷰했다.
프렐류드는 클래식이나 오페라에서 전주곡 또는 서곡이란 뜻으로 쓰이는 용어다. 왜 밴드 이름을 이렇게 지었을까? “미국 버클리 음대에 있던 한국인 유학생 중심으로 재즈밴드를 꾸리고 이름을 지으려고 브레인스토밍을 했어요. ‘재즈 앰배서더(대사)’ 같은 이름이 나왔는데, 입에 잘 붙지 않았죠. 리처드 로가 미국에 살았는데, 타던 차가 프렐류드였어요. 그걸 팀 이름으로 제안했죠. 시작하는 느낌도 나고, 한국 재즈의 서곡을 알려보자는 의미도 있어 프렐류드로 정했어요.”(고희안)
프렐류드와 전영랑은 어떻게 협업하게 됐을까? 사물놀이 창시자 김덕수와 작업을 했던 전영랑과, 재즈 음악가 이정식과 작업했던 고희안은, 김덕수와 이정식이 함께 공연하면서 2005년부터 알게 됐다고 한다.
국악과 재즈의 만남은 두 사람 모두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국악기 반주에 노래했을 때와는 다른 신세계를 경험했어요. 국악은 노래 선율을 많이 따라가요. 그런데 재즈는 노래에 다양한 포장을 해줬어요. 그 속에서 더 흥이 났었죠.”(전영랑)
“그때 경기민요를 처음 알게 됐어요. 가요도 듣고 판소리도 들어봤지만, 무엇보다 경기민요는 음들이 잘 어우러져 있다는 걸 느꼈어요. 무조건 같이 해야겠다고 생각했죠.”(고희안)
재즈밴드 프렐류드와 경기민요 소리꾼 전영랑(가운데). 피알엠아이디어랩 제공
이렇게 뭉친 프렐류드와 전영랑은 2014년 재즈와 국악의 협업 프로젝트 앨범 <플라이 인(Fly in)―날아든다>를 선보였다. ‘태평가’ ‘비나리’ 등을 국악·재즈와 결합했다. 당시 흔치 않던 국악과 재즈의 만남을 새로운 장르로 개척해 호평받았다.
“앨범 이름을 ‘날아든다’라고 지었어요. 우리가 관객에게, 관객이 우리에게 서로 날아든다는 뜻이에요. 음악적으로는 재즈와 국악이 서로 넘나든다는 뜻이기도 해요.”(고희안)
“근데 첫 앨범을 낼 때 저는 ‘쇼킹’했어요. 함께 연습을 안 하는 거예요. 국악기는 날씨에도 영향을 많이 받아 연습하며 서로 맞춰 가야 하는데 합주 연습을 안 하니 걱정이 됐었죠.”(전영랑)
“재즈는 다른 연주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혼자 연습하며 실력과 역량을 높여나가기 때문이에요. 또 관객과 공연장 분위기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그렇기도 하고요.”(고희안)
경기민요 소리꾼 전영랑. 피알엠아이디어랩 제공
이후 6년이 흐른 지난해 12월 프렐류드와 전영랑은 두번째 프로젝트 앨범을 냈다. 1930~40년대 경성에서 유행한 ‘짜스’ 음악을 담은 <모던 짜스>다.
“짜스는 경성 시대 유행한 민요풍의 대중가요인 ‘신민요’와, 해학적이고 우스꽝스러운 가사로 웃음을 자아내는 코믹송인 ‘만요’, 외국에서 유입된 팝·스윙·샹송·탱고 등을 통틀어 일컫던 말이에요.”(최진배)
타이틀곡은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느린 왈츠풍의 ‘어느 사월에’로, 고희안이 작사·작곡했다. “저는 개인적으로 ‘어느 사월에’를 추천합니다. 고희안씨 작품 중 가장 아름다운 멜로디라고 생각해요.”(리처드 로)
‘리싸이틀 쑈 모던 짜스’ 포스터. 피알엠아이디어랩 제공
타이틀곡 말고도 경기민요풍 신민요 ‘노들강변’과 ‘사설방아타령’, 가수 박단마가 실제 17살에 첫사랑의 감정을 노래한 곡을 스윙 재즈로 풀어낸 ‘나는 열일곱살이에요’, 엇모리장단에 변박을 가해 묘한 긴장을 자아내는 ‘강원도 아리랑’, 시대상을 코믹하게 그린 만요 ‘빈대떡 신사’ 등 모두 9곡이 담겼다.
“코로나가 장기화하는 바람에 뮤지션과 관객 모두 공연에 목말라 있는 상태로 오랜 시간이 지나고 있습니다. 웃음과 재미, 위로가 필요한 분들과 함께 경성 시대로 여행을 떠나고 싶습니다.”(한웅원)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