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광화문국제단편영화제 포스터. 광화문국제단편영화제 제공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가 광화문국제단편영화제로 새로 단장해 열리고, 단편영화를 보기 어려웠던 멀티플렉스에서 단편영화 상영회가 개최되는 등 코로나19 사태로 고사 위기에 처한 독립영화계에 단비 같은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올해 광화문국제단편영화제에선 독립영화계의 우군이었던 제작자 이춘연을 기리는 상이 신설돼 단편영화인에게 수여된다.
오는 14일부터 6일 동안 서울 종로구 씨네큐브에서 제19회 광화문국제단편영화제가 열린다. 광화문국제단편영화제는 단편영화 및 영화인 발굴과 지원, 단편영화 배급 활성화를 기치로 2003년 출범한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가 그 전신이다. 지난 3월 후원사 아시아나항공의 후원 중단으로 개최에 어려움을 호소했던 영화제는 5월 인터넷 동영상 업체 ‘판도라티비’와 자회사인 독립·단편영화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 ‘무비블록’과 손잡고 영화제 개최를 이어나가게 됐다. 집행위원장은 기존 영화제에 이어 배우 안성기가 계속 맡았다.
개막작인 엘비라 린드 감독의 <더 레터룸>은, 재소자들의 편지를 사전 감시하는 보직을 맡게 된 한 교도관이 어떤 재소자에게 지속적으로 편지를 보내는 한 여성의 글에 매료되는 이야기다. 아카데미시상식 단편 극영화 부문 후보에 오른 작품이다. 올해 영화제에서는 개막작을 포함해 국외 영화제 수상작과 국내 유명 감독의 초기 단편 등 총 36개국 84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씨제이문화재단이 지난달 19일 개최한 단편영화 상영회 ‘스토리업 쇼츠’ 포스터. 씨제이문화재단 제공
지난 5월 세상을 떠난 제작자 이춘연을 기리는 이춘연상을 제정해 독립영화인들에게 수여하는 행사도 마련됐다. 고인은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가 출범 때부터 최근까지 영화제의 발전을 이끌어왔다. 수상자에게는 사전제작 지원금 500만원이 지급된다.
극장에서 만나기 힘들었던 단편영화를 상영하는 뜻깊은 자리도 열렸다. 지난달 11일 씨제이(CJ)문화재단은 신인 감독들의 단편영화를 일반 상영관에서 대중에게 소개하는 단편영화 상영회 ‘스토리업 쇼츠’를 서울 강남구 씨지브이(CGV) 압구정 아트하우스에서 진행한 바 있다. 센트럴파크, 인디스토리 등 주요 단편영화 배급사 5곳을 통해 최근 2년간 영화제에서 뛰어난 작품성과 대중성으로 호평을 받은 50여개 작품을 추천받아, 그중 6개 작품을 선별해 두 섹션으로 나눠 상영했다.
‘이름들에게’라는 주제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단편으로 구성된 첫번째 섹션은, 김덕근 감독의 <나의 새라씨>(감독 김덕근)와 김보람 감독의 <자매들의 밤>, 김선경 감독의 <기대주>가 상영됐다. ‘멀고도 가까운’이라는 주제로 타인과의 관계를 다룬 두번째 섹션은, 한승엽 감독의 <왜냐하면 오늘 사랑니를 뽑았잖아요>, 김소형 감독의 <우리의 낮과 밤>, 송현주 감독의 <어제 내린 비>가 상영됐다.
‘스토리업 쇼츠’는 단편영화계가 침체된 현실에서 단편영화 감독들에게는 창작 동기를 부여하고 대중들에게는 평소 보기 어려운 우수 단편영화들을 대형 스크린으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단편영화 제작과 유통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씨제이문화재단 관계자는 “기존에 해온 단편영화 제작 지원 사업 ‘스토리업’에 이어 작품성을 인정받은 우수 단편영화들을 일반 관객에게 선보이는 상영회를 격월마다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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