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 스틸컷. 소니픽쳐스코리아 제공
프리랜서 기자인 에디 브록(톰 하디)의 삶은 엉망진창이다. 일거리는 없고 옛 연인은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고 말한다. 에디의 몸을 숙주 삼아 공생하는 외계생명체 베놈은 “더 이상 치킨과 초콜릿으로는 연명할 수 없다”며 “사람의 뇌를 먹어야 한다”고 종일 생떼를 부린다.
무엇 하나 제대로 되는 일이 없던 그때, 사형 집행을 앞둔 연쇄살인마 클리터스 캐서디(우디 해럴슨)가 에디와 단독 인터뷰를 하겠다고 자청한다. 클리터스는 희생자들의 주검이 어디 있는지 묻는 에디의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 눈썰미 좋은 베놈은 에디가 클리터스의 감방 안 그림들을 바탕으로 주검 위치를 찾아내도록 돕는다. 이 특종을 통해 에디는 다시금 예전 명성을 찾지만, 클리터스는 왜 연쇄살인마가 되었는지 묻지 않고 단순한 미치광이로 묘사한 에디에게 앙심을 품는다.
영화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 스틸컷. 소니픽쳐스코리아 제공
사형집행일에 다시 에디를 불러달라고 한 클리터스는 말싸움을 벌이다 에디의 손을 깨문다. 이때 에디 핏속에 있던 베놈의 디엔에이(DNA)가 클리터스에게 옮겨간다. 베놈보다 더 강력한 ‘카니지’가 탄생하게 된 연유다. 대학살을 뜻하는 이름처럼 카니지는 무차별 살육을 벌인 뒤 교도소를 탈출한다. 이제 베놈과 카니지의 피할 수 없는 대결이 펼쳐진다.
지난해 10월 개봉하려다 코로나19 사태로 1년 만인 13일 관객과 만나는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는, 전편의 흥행 요소를 이어받아 유쾌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액션을 선보인다. 포식자 베놈과 에디가 서로 싸우고 화해하는 과정은 웃음을 자아내고, 베놈을 아버지라 부르는 카니지와의 결투는 점액질과 이빨이 난무하는 카니발리즘의 향연이다.
영화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 스틸컷. 소니픽쳐스코리아 제공
<베놈2>의 연출은 <반지의 제왕>(2001~2003) 시리즈의 골룸을 시작으로 <킹콩>(2005)에서 킹콩, <혹성탈출>(2011~2017) 시리즈에서 시저 역을 맡은 모션캡처 연기의 대가 앤디 서키스가 맡았다. 2017년 영화 <달링>으로 감독 데뷔를 한 그는, <모글리: 정글의 전설>(2018)에 이어 <베놈2>로 세번째 메가폰을 잡았다. 영국 출신 배우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과 <블랙 팬서>(2018), 개봉 예정인 <더 배트맨>에 연이어 출연하며 마블과 디시(DC)를 넘나드는 필모그래피를 보여주고 있다.
영화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 스틸컷. 소니픽쳐스코리아 제공
베놈의 기원이 나오는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향후 크로스오버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쿠키 영상도 눈길을 끈다. ‘스파이더맨의 정체가 피터 파커(톰 홀랜드)로 밝혀졌다’는 뉴스를 보던 에디가 “나 저 사람 아는데”라고 혼잣말하는 장면이 그것. 애초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3>(2007)에서 스파이더맨을 숙주 삼아 태어난 빌런이 베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스파이더맨과 베놈이 재대결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베놈>의 제작사이자 마블 히어로 중 스파이더맨의 영상 판권을 보유하고 있는 토니 빈치케라 소니픽쳐스 대표는 “(올해 말 개봉할)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서 많은 게 밝혀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