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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조선시대 소방관들, 연쇄방화범 잡아라

등록 2021-10-13 18:39수정 2021-10-13 18:54

사극 뮤지컬 ‘멸화군’ 개막
뮤지컬 <멸화군> 포스터. 시작프로덕션 제공
뮤지컬 <멸화군> 포스터. 시작프로덕션 제공

‘조선시대 소방관들이 한양에서 연쇄방화범을 쫓는다. 범인은 누구일까?’

지난 5일 서울 대학로 티오엠(TOM) 1관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멸화군>은 조선시대 소방관들이 한양에서 벌어지는 연쇄방화 사건의 범인을 쫓는 사극 범죄 뮤지컬이다.

멸화군은 조선 세조 13년에 50명 정원으로 구성돼, 화재 감시와 소방 업무를 담당한 우리나라 최초의 전문 소방대다. 이번에 초연하는 뮤지컬은 멸화군을 무대로 옮겨왔다.

이야기는 세 사람이 중심이 돼 이끌어간다. 중림은 멸화군 대장이다. 석달 전 일어난 한양 대화재로 동료를 잃었다. 대화재 당시 자신이 구하지 못한 멸화군 동료와 민간인에게 죄책감을 느낀다. 그 일로 중림에겐 트라우마가 생겼다. 중림은 이명으로 들리는 “도와줘” “도와줘” 소리에 괴로워한다.

천수는 멸화군에 신입으로 들어간다. 그의 형 역시 멸화군이었다. 형은 한양 대화재 때 중림과 함께 멸화군으로 활약하다 생명을 잃었다. 천수는 연쇄방화범을 직접 찾겠다며 의욕만 앞세워 일을 벌이다 고참들에게 핀잔을 듣기 일쑤다.

연화는 관비다. 멸화군을 재정적으로 지원해오던 연화의 아버지는 사대부들이 씌운 누명으로 역모에 몰려 죽고,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다. 이 사건으로 연화는 관비 신세가 됐지만, 아버지 유지를 이어 멸화군을 계속 지원한다.

뮤지컬 &lt;멸화군&gt; 캐릭터 포스터. 시작프로덕션 제공
뮤지컬 <멸화군> 캐릭터 포스터. 시작프로덕션 제공

연화와 중림은 갈등한다. 연화는 한양 대화재를 빨리 진압하지 못한 것은 중림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한다. 중림과 천수도 갈등한다. 중림은 의욕만 넘치는 천수의 태도를 다그치며 그가 하려는 일을 막아서려 한다. 천수는 중림이 연쇄방화범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한다.

방화범은 한양에 사는 대감 집들의 재물 창고에 불을 지른다. 과연 방화범은 누구이며 왜 불을 지른 걸까? 뮤지컬은 그 전말을 보여준다.

뮤지컬에는 지금 소방관들의 현실을 암시하는 대사와 장면이 살짝살짝 나온다. 한 멸화군은 “화재가 일어나지 않으면 조직을 없애려 하고, 화재가 일어나면 화재를 막지 못한 책임을 묻는다”며 투덜댄다. 조정은 틈만 나면 멸화군 인력과 재정 지원을 삭감하려 한다.

뮤지컬을 보기 전, 바람을 타고 번지는 불길을 어떻게 표현할지가 궁금했다. 불은 영상으로 재현했다. 소극장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괜찮은 영상 연출이었다. 중림이 부르는 ‘붉은 낙인’ 등 몇몇 노래에선 중·대극장 뮤지컬 같은 웅장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의상은 조선시대 전통을 벗어나 개량한복풍의 현대적 감각으로 바꿨다. 젊은 감각을 잘 살려서 좋다는 쪽과 너무 현대적이어서 사극 뮤지컬에 집중하기 힘들다는 쪽으로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서사는 좀 더 다듬을 필요가 있겠다. 범인이 연쇄방화를 하는 이유가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가슴으로 느끼기엔 다소 힘들었다. 연쇄방화의 이유를 설득하는 서사를 좀 더 보강할 필요가 있겠다.

중림은 이경수·박민성·정원영이 맡았다. 천수는 황민수·최재웅·황순종이 나눠 연기한다. 연화 역에는 최은실·지새롬·임예진이 캐스팅됐다. 내년 1월2일까지 공연한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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