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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1만191년 우주전쟁 vs 14세기 여성서사…어디에 끌리나요?

등록 2021-10-19 18:02수정 2021-10-20 02:30

드니 빌뇌브의 ‘듄’ 리들리 스콧의 ‘라스트 듀얼’
두 거장 감독의 신작 나란히 20일 개봉
영화 <듄> 스틸컷.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영화 <듄> 스틸컷.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새로운 거장과 전통의 거장, 미래와 과거. 소설과 실화.

20일 나란히 개봉하는 드니 빌뇌브의 <듄>과 리들리 스콧의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두 거장 감독의 일합이라는 점과 더불어 각각 미래와 과거를 배경으로 소설과 실화에 기반해 만들어졌다는 특징을 보인다. 워너브러더스와 디즈니가 제작한 두 영화는 대작답게 상영시간도 155분과 152분으로 엇비슷하다.

제임스 캐머런의 영화 <아바타>(2009) 이후 ‘가장 혁명적인 프로젝트’라고 불리며 기대를 모은 <듄>은, 서기 1만191년 행성 아라키스에서 생명 유지 자원이자 신성한 환각제인 스파이스를 두고 벌어지는 전쟁을 그린 대서사시다. 1965년 프랭크 허버트가 쓴 동명 소설을 원작 삼아 우주의 왕좌에 오를 운명을 타고난 전설의 메시아 폴(티모테 샬라메)이 성장하는 여정을 담았다.

영화 &lt;듄&gt; 스틸컷.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영화 <듄> 스틸컷.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모래 언덕’(사구)을 뜻하는 ‘듄’(DUNE)은 모래 행성 아라키스를 의미한다. 사막으로 이뤄진 아라키스는 우주에서 가장 비싼 물질인 스파이스의 유일한 생산지로, 원주민과 점령자 사이에 전투가 끊이지 않는 비운의 땅. 제국의 황제는 귀족들의 지지를 받는, 폴의 아버지가 이끄는 아트레이데스 가문에 위험이 도사린 아라키스를 맡을 것을 명한다. 거대한 군대를 이끌고 아라키스에 도착한 폴의 가문은, 직전까지 이 행성에서 스파이스를 수탈해왔던 또 다른 가문으로부터 불의의 습격을 받는다.

<듄>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빌뇌브 감독은 <그을린 사랑>(2010)으로 주목받은 프랑스계 캐나다인으로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컨택트> <블레이드 러너 2049> 등을 잇따라 연출하며 할리우드 대표 감독 반열에 올랐다. 실사 촬영을 선호하는 그는 <듄>의 사실감과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 특수효과를 최소화한 채 요르단·아부다비 사막과 거대한 세트장 촬영 등을 고집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상당 분량을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한 영화는 대서사시에 걸맞게 웅장한 스케일과 화려한 영상미를 보여준다. 거대한 우주선, 잠자리를 닮은 비행체, 드넓게 펼쳐진 모래사막 등의 비주얼이 압도적이다. 빌뇌브 감독은 “<듄>은 대형 스크린에 바치는 러브레터”라며 “이 이야기는 너무 방대해 한편의 영화에 다 담을 수 없었다. <듄>은 내가 찍은 영화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어려운, 거대한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영화 &lt;듄&gt; 스틸컷.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영화 <듄> 스틸컷.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화려한 캐스팅도 눈을 즐겁게 하는 요소다. 티모테 샬라메의 외모는 연약함 속에 강인함을 각성해나가는 메시아 폴의 모습 그 자체다. 폴의 어머니이자 사제인 리베카 퍼거슨이나, 폴의 아버지로 출연한 오스카 아이작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가문의 충직한 군인으로 나온 조시 브롤린과 제이슨 모모아, 원주민 리더로 나온 하비에르 바르뎀도 눈길을 끈다. 영화음악의 거장 한스 치머가 만든 음악도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이번 영화가 다룬 내용은 허버트의 6권짜리 소설 중 1권의 절반에 해당한다. 1권의 나머지 절반도 영화화가 거의 확정적이다. 전체 서사의 터를 닦는 도입부에 해당하기 때문에 전개는 다소 느리지만, 묵직한 세계관과 철학적 메시지를 품은 경이롭고 장엄한 우주 대서사시를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큰 만족감을 선사할 법하다. 다만 빠르고 화려한 블록버스터급 액션을 기대하는 이들에게는 아쉬울 수 있다.

영화 &lt;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gt;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듄>이 상상조차 하기 힘든 8100여년 뒤의 미래가 배경이라면, <라스트 듀얼…>은 야만의 시대였던 14세기 프랑스가 무대다. 부조리한 권력이 위세를 떨치던 그때, 유서 깊은 카루주가의 부인 마르그리트(조디 코머)는 남편 장(맷 데이먼)이 집을 비운 사이 들이닥친 장의 친구 자크(애덤 드라이버)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용서받지 못할 짓을 저지른 자크는 마르그리트에게 침묵을 강요하지만, 마르그리트는 자신이 입을 여는 순간 감내해야 할 불명예를 각오하고 용기를 내 자크의 죄를 고발한다. 권력을 등에 업은 자크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장은 가문과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승리하는 사람이 곧 정의로 판정받게 되는 결투 재판을 요청한다.

영화 &lt;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gt;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여성이 남편의 도움 없이 법적 지위를 가질 수도 없고 불합리한 일을 당해도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시대에 침묵을 거부한 한 여인의 이야기를 실화를 바탕으로 그린 <라스트 듀얼…>은, 스콧 감독의 여성 주체적 서사를 재확인할 수 있는 영화다. 그동안 그는 여러 작품을 통해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여성 서사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드러낸 바 있다. 초기작 <에이리언>(1979)에서는 외계 생명체에 당당히 맞서는 여전사 리플리를 선구적으로 선보이며 강인한 여성 캐릭터를 최초로 탄생시켰다. 또한 세상 밖으로 내몰린 두 여인의 눈부시고 짜릿한 일탈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델마와 루이스>(1991)를 통해 여성 버디무비의 전범을 만들기도 했다.

영화 &lt;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gt;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스콧 감독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더 공감이 간다. 작품을 만들 때마다 책임감을 느낀다. 이 영화에도 아주 강력한 메시지가 들어 있다”고 밝혔다.

<굿 윌 헌팅>(1997)에서 공동 각본을 쓰고 출연해 주연급으로 발돋움한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이 이 영화에서 다시 공동 각본을 쓰고 출연한 점도 이채롭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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