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히어로 영화 <이터널스>에 출연한 마동석.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6년 전부터 할리우드로부터 연락이 왔었다. 영화 <부산행>이 외국에 많이 알려지고 나서 그때부터 계속 할리우드에서 여러 제안이 왔었다. 마블 아닌 다른 슈퍼히어로물도 제안이 오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한국에서 출연과 제작이 많이 있던 때라 타이밍이 계속 안 맞았다가 이번에 출연하게 됐다.”
새로운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의 시작을 알리는 영화 <이터널스>의 개봉을 앞두고 22일 오전 진행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남자 배우 최초로 마블 시리즈에 슈퍼히어로로 출연한 마동석은 캐스팅 과정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이날 40여분 동안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앤절리나 졸리 등 동료 배우들과의 호흡, 클로이 자오 감독과 일해본 느낌, 할리우드 제작 시스템, 케이(K)콘텐츠 인기에 대한 소감 등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차분하게 밝혔다.
먼저 그는 캐스팅 과정에서 별도의 오디션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캐스팅 디렉터로부터 <이터널스> 길가메시 역을 제안받았다”며 “그 뒤 클로이 자오 감독, 프로듀서와 함께 화상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오디션은 없었고, 클로이 자오가 이미 내 영화 여러편을 보고 분석이 끝난 상태로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이어 “클로이 자오 감독이 내 본연의 모습과 내가 예전에 다른 영화에서 보여줬던 캐릭터들과 본래 갖고 있던 성격, 내가 오랫동안 해온 운동과 복싱 같은 액션 스타일들을 굉장히 많이 적용해 캐릭터를 만들어줬다”며 “그래서 너무 감사하게 합류하게 됐다. 너무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료 배우들과의 팀워크도 남달랐고 했다. 그는 “많이 만나지 못한 상태에서 촬영에 들어갔지만 서로 마음이 맞았다. 배우들끼리 서로 배려하며 촬영을 이어갔다. 배경이 다른 사람끼리 모여 빠른 시간 안에 가족 같이 되는 경험이 굉장히 신기했다. 좋은, 신기한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었다. 그런 부분이 화면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일(현지시각)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행사 ‘코믹콘’에서 마동석(왼쪽)이 앤절리나 졸리와 함께 무대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샌디에이고/AP 연합뉴스
특히 함께 출연한 앤절리나 졸리에게 존경과 감사를 표했다. 그는 “앤절리나 졸리는 역시 대단한, 굉장한 배우라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좋은 사람이더라. 배려심도 많고 상대 배우를 편하게 해주려고 한다”며 “앤절리나 졸리는 정말 오랜 시간 배우로 활동했고 슈퍼스타이지 않나? 촬영하면서 느낀 대목은 오래전부터 알던 친구들이 굉장히 오랜만에 만나서 촬영하는 느낌이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앤절리나 졸리 역시 내 액션 영화를 보고 ‘팬이었다’라며 반가워했다. 외신들과 인터뷰에서도 나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이러한 좋은 관계가 스크린 안에서 최강의 케미스트리로 보여질 것 같다”고 애정을 전했다.
함께 출연한 셀마 헤이엑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마동석은 “셀마 헤이엑이 마동석을 극찬하더라”는 진행자의 말에 “나한테는 누나 같은 분이다”라면서 웃었다. 그는 “너무 사람을 잘 챙긴다. 셀마 헤이엑이 영화에서 리더로 나오는데 실제로 리더 같은 사람이다. 주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너무 좋다”고 밝혔다.
연출을 맡은 클로이 자오 감독에 대해선 “아티스틱한 부분과 상업적인 부분을 잘 이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배우랑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던 분이었다”며 “굉장히 겸손했고, 상대 배우나 스태프를 존중하고, 머리 또한 굉장히 비상했다.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이야기하지 않고 서로의 의견을 물어보면서 배우들이 연기하기 편하게 만들어줬다”고 밝혔다.
마동석 온라인 기자간담회에 깜짝 등장한 앤절리나 졸리(왼쪽).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이날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선 ‘깜짝 이벤트’도 열렸다. 앤절리나 졸리가 갑자기 등장해 마동석과 포옹하며 인사를 나누는 장면이 연출된 것. 마동석은 “저랑 예전에 촬영할 때 코로나 전이라서 같이 한국 가서 인사도 하고 한국 팬들 만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며 “그후 2년 동안 코로나 사태가 벌어지면서 못 가서, 한국 기자들과 이야기한다고 하니까 같이 와준 것 같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국 팬들에게 인사를 전한 앤절리나 졸리는 마동석에 대해 “마동석과 같이 촬영한 시간이 꿈만 같았다. 원래 팬이었는데 같이 액션신을 찍은 건 믿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깜짝 방문 뒤 자리를 뜨던 앤절리나 졸리를 두고 마동석은 “의리 있는 친구”라고 덧붙였다.
마블 히어로 영화 <이터널스>에 출연한 마동석.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이터널스>는 마블스튜디오의 신작으로 수천년에 걸쳐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온 불멸의 히어로들이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 이후 인류의 가장 오래된 적 ‘데비안츠’에 맞서기 위해 다시 힘을 합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매 작품마다 인생 캐릭터를 갱신하는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배우 앤절리나 졸리를 필두로 <에이치비오>(HBO)의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 시리즈의 리처드 매든, 쿠마일 난지아니, 셀마 헤이엑, 젬마 찬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해 화제를 모은다. 한국 배우 마동석이 길가메시 역으로 함께했다. <노매드랜드>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감독상 수상, 제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작품상·감독상 수상, 제77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등 역대급 기록과 232개 이상의 수상 행렬을 이어가며 전세계를 놀라게 한 클로이 자오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터널스>는 한국에서 오는 11월3일 개봉한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마동석이 <이터널스> 출연 배우들과 함께 자세를 취하고 있다. 마동석 인스타그램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