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년 사이 흔적없이 사라진 산천이여!
이중환 ‘택리지’ 형식에 맞춰 구성
8대강따라 걷고 50개 명산 답사 20년째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국토 문화답사를 해온 문화사학자 신정일(52·황토현문화연구소장)씨가 우리 산하의 인문지리서 <다시 쓰는 택리지>(휴머니스트)의 마지막 권을 최근 내어 전 5권을 완간했다. 지난 2004년부터 출간된 신씨의 택리지는 ‘팔도총론’으로 경기·충청편, 전라·경상편, 강원·함경·평안·황해편 3권과, ‘살 만한 곳은 어디인가’를 다룬 ‘복거(卜居)총론’의 첫째권으로 우리 산하의 지리·인심·생리(경제생활)를 다룬 제4권, 그리고 산수를 주로 다룬 제5권으로 짜였다. 이런 구성의 형식과 순서는 250여년 전 조선 후기 실학자 이중환이 쓴 인문지리서 <택리지>의 사민총론·팔도총론·복거총론·총론의 구성을 되짚으며 충실히 따른 것이다. 지은이는 완간 후기에서 “나의 유일한 스승이라고 볼 수 있는 이중환 선생의 <택리지>를 팔도총론 3권과 복거총론 2권, 총 다섯 권으로 다시 쓰게 된 것은 나에게 다시 없는 행운이자 영광”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권은 백두대간과 그 주변의 명산들, 그리고 즐겨 찾는 산, 마음을 열고 기다리는 산, 오름을 허락하는 산을 비롯해 우리나라 명산 50여곳과 이름난 절을 주로 다뤘다. 여기에 관동팔경, 그리고 지역과 지역을 이어주는 고개와 길들의 이야기가 보태졌다. 신씨는 “부산에서 서울까지, 해남에서 서울까지 ‘영남대로’와 ‘삼남대로’를 걸어 답사했고, 한강·낙동강 등 8대 강을 발원지부터 하구까지 걸었으며, 운 좋게도 2003년엔 북한의 백두산·묘향산·구월산을 답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은이는 <택리지>가 다뤘던 산하를 발로 누벼 다시 확인하고 옛문헌들을 꼼꼼히 살펴 산들이 저마다 지닌 특색과 내력, 그 산을 오르내렸던 여러 역사 인물들의 기록들을 아우르며 ‘우리에게 산하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답하고자 한다. 21세기 우리땅에서 본 <택리지>의 옛 모습은 어떠했을까. 신씨는 “저마다의 사연을 지니고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던 우리 산천은 불과 250년의 시차를 두고 몰라보게 달라졌다”며 “흔적없이 사라진 것들, 상상할 수도 없었던 거대한 터널과 교각들…, 이젠 편리와 속도만 좇을 게 아니라 옛것과 조화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씨는 <다시 쓰는 택리지>에 이어 1916년 일제의 행정구역개편과 군·현 통폐합 조처로 사라진 우리의 옛 군·현 90여곳을 되찾아가는 책(전 3권)을 곧 출간할 계획이다. 그의 황토현문화연구소는 지난 4일 20돌을 맞았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8대강따라 걷고 50개 명산 답사 20년째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국토 문화답사를 해온 문화사학자 신정일(52·황토현문화연구소장)씨가 우리 산하의 인문지리서 <다시 쓰는 택리지>(휴머니스트)의 마지막 권을 최근 내어 전 5권을 완간했다. 지난 2004년부터 출간된 신씨의 택리지는 ‘팔도총론’으로 경기·충청편, 전라·경상편, 강원·함경·평안·황해편 3권과, ‘살 만한 곳은 어디인가’를 다룬 ‘복거(卜居)총론’의 첫째권으로 우리 산하의 지리·인심·생리(경제생활)를 다룬 제4권, 그리고 산수를 주로 다룬 제5권으로 짜였다. 이런 구성의 형식과 순서는 250여년 전 조선 후기 실학자 이중환이 쓴 인문지리서 <택리지>의 사민총론·팔도총론·복거총론·총론의 구성을 되짚으며 충실히 따른 것이다. 지은이는 완간 후기에서 “나의 유일한 스승이라고 볼 수 있는 이중환 선생의 <택리지>를 팔도총론 3권과 복거총론 2권, 총 다섯 권으로 다시 쓰게 된 것은 나에게 다시 없는 행운이자 영광”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권은 백두대간과 그 주변의 명산들, 그리고 즐겨 찾는 산, 마음을 열고 기다리는 산, 오름을 허락하는 산을 비롯해 우리나라 명산 50여곳과 이름난 절을 주로 다뤘다. 여기에 관동팔경, 그리고 지역과 지역을 이어주는 고개와 길들의 이야기가 보태졌다. 신씨는 “부산에서 서울까지, 해남에서 서울까지 ‘영남대로’와 ‘삼남대로’를 걸어 답사했고, 한강·낙동강 등 8대 강을 발원지부터 하구까지 걸었으며, 운 좋게도 2003년엔 북한의 백두산·묘향산·구월산을 답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은이는 <택리지>가 다뤘던 산하를 발로 누벼 다시 확인하고 옛문헌들을 꼼꼼히 살펴 산들이 저마다 지닌 특색과 내력, 그 산을 오르내렸던 여러 역사 인물들의 기록들을 아우르며 ‘우리에게 산하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답하고자 한다. 21세기 우리땅에서 본 <택리지>의 옛 모습은 어떠했을까. 신씨는 “저마다의 사연을 지니고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던 우리 산천은 불과 250년의 시차를 두고 몰라보게 달라졌다”며 “흔적없이 사라진 것들, 상상할 수도 없었던 거대한 터널과 교각들…, 이젠 편리와 속도만 좇을 게 아니라 옛것과 조화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씨는 <다시 쓰는 택리지>에 이어 1916년 일제의 행정구역개편과 군·현 통폐합 조처로 사라진 우리의 옛 군·현 90여곳을 되찾아가는 책(전 3권)을 곧 출간할 계획이다. 그의 황토현문화연구소는 지난 4일 20돌을 맞았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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