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기증관의 최종 건립 터로 낙점된 서울 북촌 송현동 땅의 전경. 멀리 정부종합청사와 인왕산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미 대사관 직원 숙소가 철거된 뒤 재개발이 이뤄지지 않아 땅 전체가 푸른 녹음으로 덮여있다. 지난 6월 땅 동쪽의 서울공예박물관 전망대에서 찍은 사진이다.
결론은 송현동이었다.
지난 4월 나라에 기증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미술품 컬렉션을 상설 전시할 기증관(가칭)이 서울 북촌의 중심 송현동에 들어선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계 전문가들로 꾸린 산하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위원회’가 송현동 땅 일부(9787㎡)를 기증관 터로 심의·의결했다고 9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서울시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넘겨받을 예정인 송현동 땅을 다른 국유지와 맞바꾸는 방식으로 기증관을 짓게 된다. 이와 관련해 문체부와 서울시는 10일 황희 장관과 오세훈 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기증관 건립 업무협약을 맺는다. 새 기증관은 내년 후반기 국제설계 공모를 거쳐 건물의 기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는 2027년 완공을 잠정 목표로 잡고 건물 명칭도 각계 의견을 들어 ‘기증관’보다 확장성이 있는 것으로 바꿀 방침이라고 한다.
앞서 정부는 지난 4월 이건희 컬렉션 기증 직후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기증관 건립을 위한 장소 선정 등의 기본 사업 계획을 추진해왔다. 지난 7월 초엔 후보지로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인근 터와 송현동 터를 공개하고 그 뒤 두 장소에 대한 용역 평가 작업을 벌여왔다. 용역 평가 결과 송현동은 인근에 국립현대미술관이 있어 국내 최고의 전문성과 역량을 갖춘 인력과 협력하기 쉽고 역사문화특화경관지구와 고도지구로 관리돼 접근성, 조망 등이 뛰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 평가단의 설문 자료를 토대로 벌인 계층화 분석에서도 ‘장소성', ‘문화예술 연계성', ‘접근성', ‘부지 활용성', ‘경관 및 조망성' 등 6개 기준에서 용산보다 더 적정하다는 평가가 나왔다고 문체부 쪽은 설명했다.
송현동 땅은 현재 소유주인 한진그룹 쪽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매각을 추진 중이다. 시 쪽은 지난 8월 한진, 공사와의 협의를 통해 공사가 송현동 땅을 사들이면, 시 소유의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남쪽 터와 맞바꾸기로 했다. 문체부는 “서울시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송현동 땅 일부를 서울 시내 국유지와 교환할 계획”이라면서 “연면적 3만㎡ 규모로 건립해 기증품을 소장·전시하면서 동서양과 시대, 분야의 경계를 넘어서는 융·복합 문화 활동의 중심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글 ·사진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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