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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이재명·윤석열과 카녜이 웨스트의 대선 공약

등록 2021-11-13 08:59수정 2021-11-13 09:33

[이재익의 노래로 보는 세상] 카녜이 웨스트 ‘스트롱거’

카녜이 웨스트에 대해 설명하다 보면 엄청난 삶의 궤적 앞에서 멍해진다. 켄드릭 러마 , 트래비스 스콧 등 한창 뜨거운 래퍼들과 달리 그는 이미 살아 있는 전설로 추앙받는다. 음악 외적으로 봐도 전세계 연예인 중에서 오프라 윈프리 다음으로 재산이 많으며(<포브스> 발표 인데 가장 많다는 집계 결과도 있다 ) , 21세기 들어서 가장 많은 그래미상을 수상한 남자 가수다. 요즘 흐름 에서 빼놓을 수 없는 패션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 이 정도로도 인생이 지루했던 걸까? 그는 작년 미국 대선에 도널드 트럼프, 조 바이든과 함께 출마한 정치 경력도 갖고 있다. 당연히 낙선했지만 다음 대선에 다시 미국 대통령 자리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이 지면에서 미국 래퍼의 대선 공약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는 없고 뭔가 기시감을 들게 만드는 그의 공약 하나만 살펴보자.

“아이를 낳으면 100만달러(약 12억원)를 지원하겠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은가? 역시 선거 때마다 출마하는 그분, 공중부양을 한다는 그분의 공약과 꽤 닮았다.

군소 후보나 연예인 후보나 내놓을 법한 공약들이 지금 유력 대선 후보들의 입에서 나오고 있다. 아직 대통령 선거는 꽤 남았는데 뭐가 그리 급한지 현실성 없는 공약들이 잘도 나온다. 여당의 이재명 후보는 같은 당의 기획재정부 장관조차 난색을 표하는 규모의 국민지원금을 약속하고 거기서 더 나아가 가상화폐의 과세를 미루고 코인으로 얻은 소득의 과세 공제 기준을 대폭 상향하겠다고 공언했다. 앞으로 부동산 개발에서 나오는 이익은 코인으로 바꿔 국민에게 나눠 주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비트코인 투자를 꽤 많이 했던 필자도 당황스러운데, 독자님들에게는 어떻게 들리시는지? 이 발언이 나온 자리가 ‘청년, 가상자산을 말하다’라는 행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혹시 청년들의 표를 얻기 위한 빈말이 아니었나 의심도 간다. 차라리 그편이 낫겠다.

제1야당의 윤석열 후보도 현실성 없는 약속을 남발하는 건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되면 무려 50조원에 이르는 코로나 손실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했는데, 당연히 재정당국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더 황당한 것은 이 돈이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자영업자 한정이라는 거다. 와… 화끈하다. 도박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묻고 더블로 가!

부동산 정책도 거의 ‘부루마불’ 수준이다. 두 후보가 약속이라도 한 듯 신규 주택 250만호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두분께 묻고 싶다. 서울의 한동, 이를테면 압구정동에 있는 가구 수를 전부 합치면 몇가구 정도 될 것 같은지? 기껏해야 1만가구다. 250만호를 새로 짓겠다는 건 압구정동을 200개 이상 새로 만들겠다는 얘긴데, 누가 어디에 무슨 돈으로 이걸 만드나? 이재명 후보는 국민의 신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도로 짓겠다고 하고, 윤석열 후보는 가뜩이나 활활 타오르는 재건축 규제를 확 풀어서 공급하겠다는데, 독자님들은 어느 쪽 공약에 베팅을 하고 싶은지? 아예 광역시를 하나 더 만들어야 그 정도 집이 나올 텐데…. 출산할 때 100만달러를 주겠다는 공약이 더 현실적으로 들린다.

카녜이 웨스트는 2007년에 ‘졸업’이라는 제목의 3번째 음반을 발표했다. 그 음반에는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빛나는 명곡 ‘스트롱거’가 실려 있는데, 당 떨어질 때 초콜릿을 먹듯이 필자가 힘이 필요할 때 종종 찾아 듣곤 할 정도로 비장미가 넘친다. 노래 가사에는 자기 확신이 가득한데, 처음에는 래퍼의 흔한 스왜그라고 생각했으나 나중에 대선에 출마한 카녜이 웨스트를 본 뒤에는 정치인의 자기 확신 같다는 의심이 들었다. 이때부터 그는 미국의 대통령이 되고 싶었던 걸까?

“고통은 날 죽일 수 없어. 날 더 강하게 만들 뿐이야. 나는 내가 옳다는 걸 알아. 왜냐하면 난 더 이상 틀릴 수 없거든. 대중은 나를 위해 뭐든지 할 거야. 정말로 뭐든지 할 거야.”

카녜이 웨스트는 아내인 킴 카다시안 이혼 절차를 밟고 있다. 그와 헤어질 수는 있겠지만 미국의 대통령은 될 수 없을 것이다. 어림도 없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 둘 중 한명이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될 확률은 매우 높다. 어쩌면 카녜이 웨스트가 다음 대선에서 낙선할 가능성만큼 높을지도 모른다. 위에 적어놓은 노래 가사가 두 대선 후보의 머릿속에 있는 생각이 아니기를 진심으로 빈다.

이재익 에스비에스 라디오 피디·<시사특공대>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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