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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화일반

영화에서도 실패한 ‘전두환 단죄’…광주 관객들 “쏴, 당겨”

등록 :2021-11-26 13:30수정 :2021-12-06 02:30

전두환 본격 다룬 영화 적어
‘26년’ ‘남산의 부장들’ 정도
이젠 새로운 전두환 영화 나올 때
영화 <26년> 속 전두환 모습. 청어람 제공
영화 <26년> 속 전두환 모습. 청어람 제공

지난 40년간 한국 영화가 전두환을 다룬 방식은 정면의 역사가 아니었다. 일종의 측면의 역사였으며 굴곡을 넘어 어느 정도는 굴종의 역사 서술 방식이었다. 한번도 전두환의 범죄행위를, 그 극악한 반역과 반동의 행위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 못했다. 그건 이 정치군인의 범죄가 역사적으로 정리가 돼 있지 않아서가 아니다. 현실 생활 속에 아직도 이들 무리를 지지하는 극우집단들이 뿌리 깊게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전후세대인, 반공교육으로 세뇌된 ‘일베’ 집단들의 난동과 방해, 협박이 일상 속에서 횡행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영화를 만드는 투자·제작자의 입장에서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것이 여론이라는 미명 아래 벌어지는 린치 행위다. 광주 학살이 사실은 북한군이 침투해서 이들을 소탕하기 위한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식의 주장이 여전히 버젓이 방송과 언론을 타고 있는 한 ‘용기 있는’ 영화가 나오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5·18 당시를 둘러싼 여러 의혹이 아직도 풀리지 않은 상태다. ‘본격’ 전두환 영화는 좀 더 기다려야 할 판이다. 어떻게 보면 독재자 박정희의 본색을 그린 영화 역시 아직 제대로 나온 것이 없다.

영화 &lt;택시운전사&gt;. 쇼박스 제공
영화 <택시운전사>. 쇼박스 제공

만약 전두환과 12·12 쿠데타를 제대로 다뤘다면 한국에도 진작에 독일 영화 <다운폴> 같은 작품이 나왔을 것이다. <다운폴>은 전쟁에서 패하기 직전 지하벙커에서 작전 회의를 하는 히틀러의 모습을 통해 파시즘의 광기가 얼마나 극악한 것인가를 웅변하는 작품이다. 브루노 간츠의 명연기로도 유명하며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그의 연기 모습이 많이 패러디되기도 했다.

지금껏 전두환을 비교적 정면에서든, 아니면 우회적으로든 묘사한 작품들이 있다면 그것은 대개 광주항쟁을 다룬 작품들이다. <화려한 휴가> <택시운전사> <변호인> <1987> 등에서 전두환은 스치듯 묘사될 뿐 그 모습을 직접 드러내지는 않는다. 전두환의 모습을 거의 처음 제대로 드러낸 영화는 <26년>이다. 1980년에서 26년이 지난 2006년 세명의 젊은이가 의기투합해 독재자 전두환을 처단하려 한다는 얘기다. 많은 사람들이 마음속에서 간절히 원하고는 있지만 현실 세상에선 결코 그럴 수 없는 이야기, 곧 전두환 처단이 영화 속에서 진행된다.

영화 &lt;변호인&gt;. 뉴 제공
영화 <변호인>. 뉴 제공

이 영화가 상영되던 당시 광주의 한 극장에서는 영화 속 저격수(한혜진)가 멈칫멈칫 사격을 망설이는 장면에서 관객들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쏴! 당겨!”라고 외치기도 했다. 영화의 열린 결말을 두고는 조근현 감독을 향해 불만을 터뜨리는 관객들도 적지 않았다. 전두환을 연기한 장광의 대사만큼은 리얼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철통 경비를 뚫고 자신의 아방궁에 침투한 호남 조폭 곽진배(진구)에게 전두환은 결코 뉘우침이 없다. 그렇게 당당할 수가 없다. 너희들이 무엇을 아느냐는 식이다. 장광은 그런 식의 비아냥거리는 어투의 연기에 능하다. 원한을 품고 일차적으로 전두환을 암살하려 하는 김갑세(이경영)도 속절없이 그와 경호원들에게 당하고 만다. 지금 생각하면 거들먹거리는 영화 속 전두환의 모습은 실제로도 충분히 그러고도 남았을 것이라고 짐작하게 한다. <26년>은 그런 인물 묘사의 리얼함만으로도 평가되고 기억될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 &lt;남산의 부장들&gt; 속 전두환(오른쪽). 쇼박스 제공
영화 <남산의 부장들> 속 전두환(오른쪽). 쇼박스 제공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전두환의 저열한 인간성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낸 영화는 우민호 감독의 <남산의 부장들>이다. 여기서 배우 서현우는 전두환의 대머리를 표현하기 위해 앞머리를 삭발하고 나온다. 영화 속에서 전두환은 거의 대사가 없는데, 10·26 직후의 밤을 묘사한 마지막 장면에서 전두환에 대한 인물평으로 영화는 화룡점정을 찍는다. 거기서 전두환은 박정희의 집무실 비밀금고에서 돈을 훔친다. 카메라는 금고를 열면서 흘깃 눈치를 보는 전두환의 비열한 얼굴 표정을 담는다. 결국 전두환은 도둑놈이었음을, 저열한 절도범에 불과했음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박정희의 비자금은 물론이고 정권과 정부까지 훔친 장본인 전두환의 모습이 가장 적극적으로 그려진 셈이다.

어찌 보면 폭도의 우두머리 전두환과 그 일당에 대한 영화는 아직 시작도 못 했다. 아직 할 얘기가 무궁무진하게 많다. 영화가 스스럼없이, 아무런 제약과 방해 없이 나올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1980년이라는 어둠의 터널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다. 영화는 늘 시대의 아픔을 극복하게 한다. 전두환의 사망을 계기로 새로운 전두환 영화들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결국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오동진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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