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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메타버스도, 올드팝 선율 속에 재미 증폭

등록 2021-12-03 20:06수정 2021-12-04 00:37

이재익의 노래로 보는 세상 _ 아하 ‘테이크 온 미’
아하의 ‘테이크 온 미’ 뮤직비디오 갈무리
아하의 ‘테이크 온 미’ 뮤직비디오 갈무리

매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 올해의 단어를 선정하는 영국의 사전출판사 콜린스에서 2021년 올해의 단어로 ‘엔에프티’(NFT)를 선정했다. 지겹도록 자주 접하면서도 ‘대체 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이라는 뜻은 여전히 생소하다. 아마도 중년 이상 세대에서는 토큰이라고 하면 버스 탈 때 승차권을 떠올리는 분들도 많을 테니. 엔에프티와 끝까지 경합을 벌인 올해의 단어는 ‘메타버스’였다. 이것 역시 매일같이 뉴스에 등장하는 데 반해 단어의 유래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드물다. 메타버스의 버스가 토큰 내고 타는 버스가 아니라 유니버스의 버스라는 것만 알아도 절반은 아는 거다. 넘어선다는 뜻을 지닌 접두사 ‘메타’(meta)와 유니버스의 ‘버스’(verse )가 붙어서 현실을 넘어서는 현실, 즉 ‘가상세계’라는 단어가 탄생한 것이다. 대체 가상세계가 어떻기에 이 난리냐고?

딱딱한 설명 말고 아주 재미있게 메타버스를 이해시켜줄 영화 한편을 소개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 왕년에 오락실 좀 다녀본 중년들은 많이 본 문구일 테다. 우리가 흔히 오락실 게임이라고 부르던 아케이드 게임 준비화면에서 반짝이던, 이제 게임을 할 준비가 되었으니 얼른 스타트 버튼을 누르라는 문구다. 영화 제목을 아련한 추억의 우물에서 길어온 것에서 짐작하듯, 이 영화는 21세기 화두인 메타버스를 가장 적극적이고 흥미롭게 다루는 동시에 20세기 유물인 아케이드 게임의 향수를 품고 있기도 하다. 10 대부터 중년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영화를 만드는데 일가견이 있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답다 .

자세한 영화 내용은 생략하고, 음악 칼럼이니만큼 영화에 등장하는 음악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21세기 소재에 20세기 레트로 감성을 결합한 영화답게, 스필버그 감독이 30대 젊은 감독으로 전성기를 누렸던 80년대 올드팝이 내내 흘러나온다. 특히 노르웨이 출신의 팝 트리오 ‘아하’의 ‘테이크 온 미’는 이 영화의 주제가라고 할 만하다. 나를 어디론가 데려가 달라는 제목부터 가상세계를 다루는 영화에 딱이다. 겨우 그 정도로 끝내면 스필버그가 아니지. 주인공의 메타버스 속 아바타 역시 ‘아하’의 리더 모튼 하켓을 그대로 빼닮았다. 필자는 영화를 보다가, “네가 왜 거기서 나오냐”고 소리 지를 뻔했다. 모튼 하켓은 아하가 해체된 이후에 솔로로도 꽤 활동했는데, 우리나라의 국민 팝송이라고 할 만한 ‘캔트 테이크 마이 아이즈 오프 유’가 바로 그의 노래다. 일단 이 노래부터 감상하고, ‘테이크 온 미’의 전설적인 뮤직비디오를 보고, 그다음에 영화를 보면 두 배로 재미있는 감상이 가능하다.

아하의 ‘테이크 온 미’ 뮤직비디오 갈무리
아하의 ‘테이크 온 미’ 뮤직비디오 갈무리

우리나라에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명곡도 영화에 등장한다 . ‘아이 러브 로큰롤’이라는 유명한 노래를 부른 로커 조앤 제트의 노래 ‘ 아이 해 이트 마이셀프 포 러빙 유 ’. 1988 년에 등장해 빌보드 차트 2 위까지 올라갔던 하드록인데 지금 들어도 섹시하고 빵빵하다 . 강렬한 기타 사운드 , 카랑카랑한 조앤의 메탈 보이스 , 가슴을 설레게 하는 베이스 라인 , 나도 모르게 머리 위로 손뼉 치며 따라 부르게 되는 코러스까지 , 완벽하다 . 이거지 ! 정확히 쌍팔년도의 감성을 그대로 담은 뮤직비디오는 얼마나 맛있게요 ~ !

메타버스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감히 문과생 필자가 예측할 수 없다. 다만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열 것처럼 화려하게 등장했다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것들을 수도 없이 줄 세울 수 있다. 영화계에서 보자면 삼차원(3D) 영화가 그랬다. <아바타>가 엄청난 흥행을 했을 때 앞으로 모든 영화는 3D로 나올 줄 알았다. 아바타가 나온 지 12년이 된 지금 기준으로, 최근 몇년 동안 3D 영화는 한편도 못 봤다. 유비쿼터스는 어떤가? 한때 많이 보고 들었는데도 지금은 뭐였더라 하는 독자들 꽤 계실 거다. 나도 기억이 희미하다. 삼국지 관련은 아닌데…. 반대로 이전의 세상을 모두 재편한 것들도 있다. 스마트폰이 대표적이다. 전기차도 수년 안에 그렇게 될 운명이다. 정책적으로 그렇게 되도록 정해져 있다.

메타버스는 어떤 운명일까? 슬금슬금 꼬리를 내빼다가 투자자들의 눈물에 떠내려갈까? 더욱 기세를 올려 시대의 게임체인저가 될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걸 알면 주식계좌가 이 모양은 아니겠지. 다만 가상세계의 아바타를 뭘로 할지는 이 칼럼을 쓰는 동안 결정했다. 조앤 제트! 현실 세계에서 남자로 살았으니 가상세계에서라도 여자로 살아보면 안 될까? 이왕이면 센 언니로!

SBS 라디오 피디·<시사특공대>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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