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코디언 연주자 심성락씨가 지난 4일 별세했다. 향년 85.
고인은 패티킴, 이미자, 조용필, 이승철 등 당대 최고 가수들의 음반에 참여하며 자신의 이름을 알린 ‘독보적인’ 아코디언 연주자다. 고인이 참여한 연주곡은 가요부터 영화음악까지 약 7000여곡에 이른다.
1936년 일본 교토에서 태어난 고인은 해방 뒤 귀국해 부산에서 자랐다. 1953년 부산 경남고 1학년 시절, 부산 광복동 악기상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운명처럼 아코디언과 만났다. <부산 케이비에스(KBS)> 노래자랑 프로그램에서 반주를 시작하며 프로 연주가의 길로 들어섰다.
본명 심임섭 대신 ‘소리로 세상을 즐겁게 한다’는 뜻의 ‘심성락’(瀋聲樂)이란 예명도 이때 생겼다. 어린 시절 사고로 오른쪽 새끼손가락을 잃어 연주에 고충이 많았지만, 그만의 네 손가락 운지법을 만들어 극복했다.
고인은 서울 궁정동과 삼청동 총리공관을 오가면서 김종필에게 전자오르간 사용법을 가르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좋아하는 노래를 모아 연주 음반을 녹음하기도 했다. 그때 인연으로 노태우 정부 때까지 청와대 행사가 있을 때마다 악사로 활동했다.
고인은 2009년 음악 인생 50년 만에 공식 데뷔 앨범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발표했다. <봄날은 간다> <달콤한 인생> 같은 영화·드라마 삽입곡들과 함께 새 창작곡들을 수록했다. 7회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회 특별상(2010)과 2회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국무총리 표창(2011)을 받았다.
빈소는 경기도 남양주시 백련장 장례식장 2호실에 차려졌으며, 발인은 9일 오전 6시다.
정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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