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미술기관인 국립현대미술관의 새 관장 자리를 놓고 70대 현역 관장과 기획자·비평가·행정가·작가 등 60대 미술인 4명이 서로 겨루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정부 인사혁신처는 지난달 국립현대미술관 신임 관장 공모에 접수한 응모자들에 대한 1차 서류 심사를 벌여 후보자들을 5명으로 추리고 이들의 응시번호를 7일 ‘나라일터’ 누리집에 공지했다. <한겨레>가 미술계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을 취재한 결과, 심사를 통과한 이는 윤범모(71) 현 관장과 이영철(64) 계원예술대 교수, 이영욱(64) 전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장, 김찬동(64) 전 경기문화재단 뮤지엄본부장, 오병욱(63) 동국대 예술대 교수로 밝혀졌다.
재임 의사를 내비치며 공모에 응한 윤 관장에 맞서 도전장을 낸 경쟁 후보 4명 가운데 우선 주목되는 미술인은 이영철 교수다. 1990년대 이래 광주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 백남준아트센터 등 한국 미술계의 주요 전시 현장에서 활약해온 중견 큐레이터로, 지난 8월 세계적 권위의 국제미술제인 이탈리아 베네치아비엔날레의 내년 한국관 전시감독으로 선임됐다. 그는 김윤철 작가와 베네치아 한국관 전시를 준비하면서 국립현대미술관 사령탑 자리를 놓고 윤 관장과 경쟁하게 됐다.
이영욱 전 원장은 1990년대 이래 진보 미술 진영의 주요 이론가·비평가로 활약했으며, 대안공간 풀 대표, 현대미술사학회 회장 등을 지냈다. 지난 2018년 공모 때는 1차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으나 올해에는 관문을 넘었다. 1980~90년대 진보 진영 이론가 조직인 미술비평연구회에서 회장을 맡으며 이영철 교수와 동료로 일하기도 했다.
김찬동 전 본부장은 1970~80년대 실험미술 운동을 벌였던 작가 출신이다. 아르코미술관장, 수원시미술관사업소장 등을 지낸 미술행정가로 입지를 다졌다. 서울 예술의전당 전시감독을 역임한 오병욱 교수는 화가로 작업하면서 전시 기획과 이론 비평 활동을 지속해온 독특한 이력의 미술인이다.
인사혁신처는 오는 14일 서류 심사를 통과한 후보자 5명을 화상회의를 통해 비대면 면접하고, 15일 2~3명의 최종 임용 후보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